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엔저(엔화가치 하락) 현상이 멈출 줄 모르고 있다. 원·엔 환율이 6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엔저 현상이 계속 심화될 경우 자칫 부진 속에서도 '선방'해온 수출이 주춤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들어 8월 말까지 105엔대 이하에서 머물던 엔·달러 환율은 108엔대까지 올랐다. 달러 가치가 오르고 엔화 가치는 떨어진 것이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지난 2008년 9월 이후 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같은 현상은 달러화 강세가 주도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 12명의 위원 중 2명이 더딘 기준금리 인상에 반대하자 달러 강세 기조가 강해진 영향이다.
치솟는 엔·달러 환율 탓에 원·엔 재정환율도 덩달아 움직이고 있다. 같은날 원·엔 재정환율은 952.55엔까지 급락했다. 역시 2008년 8월 20일(저가 기준 951.22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통상 엔저가 심화되면 수출에 주력하는 한국 기업들의 이익이 쪼그라든다. 일본에 직접 수출하는 기업은 수익성 저하로, 글로벌 시장에서 뛰는 기업은 일본 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어려움을 겪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엔저 흐름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에 따른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로 인해 '엔 캐리 트레이드'가 늘어 엔저 압력도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엔·달러 환율이 올 연말에 110엔, 내년 1분기 말에 113엔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LIG투자증권도 연말에 110엔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유겸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달러가 110엔을 넘으면 다음 고비인 120엔까지는 추세적으로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일본 기업은 이만큼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셈이기 때문에 한국 수출에는 위협적"이라고 강조했다.
외환당국도 엔화 약세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난 16일 "원·엔 환율은 한국 경제에 여러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유심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아베노믹스의 한계에 부딪힌 일본이 추가완화 조치를 펴면 원·엔 환율 하락 압력으로 국내 수출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