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 "국민건강증진위한 명분 갖춰야"

2014-09-15 15:37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정부가 국민의 건강증진을 위해 담뱃값을 내년 1월부터 평균 2000원 올리겠다고 밝혔으나 이번 담뱃값 인상 방안이 복지 정책에 따른 세금 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인상된 담뱃값 중 18.7%를 차지하게 될 국민건강증진기금의 경우 기금 본연의 목적에 맞는 건강생활실천 사업에는 겨우 5% 안팎의 기금이 사용돼왔기 때문에 '국민건강증진을 위한 담뱃값인상'이라는 정부의 설명이 뭇매를 맞고 있다.

15일 정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1월1일을 기해 담뱃세(기금 포함)를 지금보다 2000원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 중 출고가 및 유통 마진을 제외한 세금의 비중은 현재 62.0%에서 73.7%로 올라간다.

현재 담배 1갑(2500원짜리 기준)의 가격은 유통 마진과 제조원가의 비중이 38%(950원)이고 나머지 62%(1550원)는 세금과 부담금으로 구성돼 있다.

세금과 부담금은 담배소비세(641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354원), 지방교육세(321원), 부가가치세(234원), 폐기물부담금(7원) 등이다.

인상 방안은 유통 마진과 제조원가의 비중을 현재 38.0%(950원)에서 26.3%(1182원)로 줄이고 담배소비세를 22.4%(1007원)로, 지방교육세를 9.8%(443원)로, 건강증진부담금을 18.7%(841원)로, 부가세를 9.1%(409원)로 설정했다. 여기에 개별 소비세 13.2%(594원)신설하고 폐기물부담금 0.5%(24원)을 합쳐 담뱃값을 4500원으로 올린다.

이 중 정부가 국민의 건강을 위한 대책이라는 명분을 갖게 하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 항목의 사용용도를 살펴보면 흡연자의 건강과 무관한 용도로 쓰이고 있다.

지난 6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국민건강증진기금의 사용 현황과 개선과제' 보고서를 보면 담뱃세로 조성된 국민건강증진기금은 애초 목적과 달리 다른 용도로 쓰이는 것이 대부분이다.

건강증진기금은 건강증진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고자 1995년 제정된 국민건강증진법에 근거해 담뱃세를 재원으로 1997년부터 조성됐다.

이 기금이 국민건강생활실천을 위한 여건 조성 사업보다는 건강보험 재정을 지원하는 데 대부분 사용됐다.

2003~2005년에 건강증진기금의 95% 정도가 건강보험 지원에 쓰였다. 2004년 담뱃세 인상 이후 기금규모가 커지면서 2006~2013년에는 그 비율이 54~73%로 점차 낮아지긴 했지만, 지난해에도 기금 총 예산의 49%에 해당하는 1조198억원이 건강보험 재원으로 쓰였다.

본래 목적인 건강생활실천 사업에는 겨우 5% 안팎의 기금이 투입됐고 건강증진연구조사에는 0.5% 정도의 예산만 쓰였다. 금연과 흡연예방 지원사업에는 1% 정도만 사용됐다.

김혜련 연구위원은 "건강증진기금이 절반 이상이 목적세의 취지에 맞지 않게 건강보험 재정지원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본래 목적인 국민의 건강생활 실천과 이를 지지하는 여건 조성에 사용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건강증진기금을 기금의 성격에 맞게 운용하려면 사회적 합의를 통해 기금을 우선 사용해야 할 분야를 명시하는 등 기금예산의 배정순위와 배분기준 등을 법률로 규정해 기금사용의 적절성과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담뱃값 인상으로 걷힌 세금이 국민 건강을 위해 쓰이지 않고 다른 쪽에 사용된다면 국민건강증진을 위한 명분을 갖긴 어렵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