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주(롯데)가 일을 냈다.
처음 출전한 메이저대회에서 역대 ‘18홀 최소타수’를 기록한 데 이어 극적으로 우승 트로피까지 안았다.
김효주는 15일 새벽(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 르뱅의 에비앙 마스터스GC(파71)에서 끝난 미국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4라운드합계 11언더파 273타(61·72·72·68)를 기록, ‘베테랑’ 캐리 웹(호주)을 1타차로 따돌리고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을 안았다.
두 선수의 희비는 마지작 홀에서 갈렸다. 웹은 17번홀까지 1타차로 앞서 통산 메이저대회 8승을 거두는가 했으나 18번홀(파4)에서 예상 밖의 보기를 범하고 말았다. 그 반면 김효주는 약 4.5m 거리의 버디퍼트를 성공, 드라마 같은 우승을 완성했다.
김효주는 대회 첫날 버디만 10개 잡고 10언더파 61타를 기록했다. 이는 남녀 메이저대회를 통틀어 역대 18홀 최소타수다.
김효주는 2라운드에서 1오버파를 치며 선두 자리를 내줬으나 강풍에 핀 위치까지 어렵게 꽂힌 3라운드에서 다시 1타차 선두에 나서며 첫 메이저대회 우승 기대를 높였다.
최종라운드 들어 두 선수는 엎치락뒤치락 선두자리를 점령했다. 두 선수는 15번홀까지 중간합계 11언더파의 공동선두로 접전을 벌였다. 고난도의 16번홀(파3)에서 김효주가 보기를 하고, 웹이 파를 하면서 웹이 1타차로 앞서나갔다. 17번홀(파4)에서는 모두 파.
웹이 1타 앞선 채 마지막 홀에 다다랐다. 그때까지의 흐름이나 경험 등으로 볼 때 웹의 우승이 유력시됐다.
그러나 2006년 나비스코챔피언십 우승 이후 8년여 만에 눈앞에 둔 메이저대회 타이틀을 의식한 탓이었을까. 마지막 홀에서 긴장한 쪽은 웹이었다.
김효주가 어프로치샷을 그린에 올려 약 4.5m 거리의 버디 기회를 만든 반면, 웹의 두번째 샷은 그린을 벗어났다. 그래도 파세이브는 할 수 있는 위치였다. 웹의 세번째 샷은 그러나 홀을 2m나 지나쳤다.
김효주의 버디퍼트가 홀에 떨어지면서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웹이 파퍼트를 성공해야 연장에 들어갈 수 있었으나 웹의 퍼트는 홀을 외면하며 보기가 되고 말았다. 순식간에 1, 2위가 바뀌었다.
첫날 메이저대회 신기록을 세운 김효주는 최종일 마지막 홀에서 가장 메이저대회다운 ‘우승 방정식’으로 극적 승부를 이끌어냈다.
지난주까지 세계랭킹 20위였던 김효주는 이 우승으로 랭킹 10위로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세계 여자골프계에서는 그를 빼놓고 ‘판도’를 얘기할 수 없게 됐다.
김효주는 메이저대회 우승으로 그가 원하면 5년간 미국LPGA 투어카드를 받게 된다. 그러나 당장 미국으로 진출할 계획은 없는 듯하다. 김효주는 3라운드 후 미국 진출 여부에 대해 “당장 계획은 없다. 미국 진출보다 KLPGA투어에서 더 활약하며 체력과 기량을 보완하는 것이 급선무다”라고 밝혔다.
우승상금 48만7500달러(약 5억원)는 그가 2012년 10월 프로로 전향한 후 받은 상금 중 최다다.
미국LPGA투어의 멤버가 아닌 한국선수가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신지애(2008년 브리티시여자오픈), 유소연(2011년 US여자오픈)에 이어 김효주가 세번째다.
올해 열린 미국LPGA투어 5개 메이저대회 가운데 한국선수들은 2승을 거뒀다. 박인비(KB금융그룹)는 지난달 시즌 네번째 메이저대회인 웨그먼스 LPGA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나머지 메이저대회 우승자는 렉시 톰슨(미국·나비스코챔피언십), 미셸 위(US여자오픈), 마틴 모(브리티시여자오픈)다.
김효주 외에도 한국선수들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장하나(비씨카드)와 허미정은 합계 9언더파 275타로 공동 3위, 최나연(SK텔레콤)은 8언더파 276타로 5위를 각각 차지했다.
아시아 여자골퍼로는 메이저대회 최다승(6승) 기록에 도전했던 박인비(KB금융그룹)가 합계 2언더파 282타(69·72·69·72)로 공동 10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챔피언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은 합계 7언더파 277타로 6위, 뉴질랜드 교포 고보경(17·리디아 고)은 4언더파 280타로 공동 8위, 프로데뷔전을 치른 호주교포 이민지(18)는 1언더파 283타로 세계랭킹 1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 등과 함께 16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