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정우 기자 = 정부가 내년부터 담뱃값을 2000원 올리기로 결정하면서 서민층의 세금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담뱃값 인상 방침이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그러나 1갑에 2500원인 담배값을 2000원 추가 인상할 경우, 정부의 세입이 5조원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세수 확보 또한 주요 목적으로 지적됐다.
정부는 담배 1갑 당 594원의 개별소비세를 새롭게 걷어 국고를 보충하고 앞으로 담배가격을 올릴 경우 세액도 증가하도록 했다.
즉 부족한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서민들의 호주머니’부터 터는 것 아니냐는 따가운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부의 담뱃값 인상안에 대해 '서민을 울리는 증세'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여의도 국회에서 민생법안 정책간담회를 열고 "담뱃세와 주민세를 올린다는 발표는 또 서민을 울린다. 서민을 울리는 증세정책을 이어가는 박근혜 정부다"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민 건강을 위해 담뱃값을 올린다는 정부의 주장에도 일침을 가했다.
새정치연합 김성주 의원은 “담뱃값의 일부가 국민건강증진기금으로 사용돼 왔다. 국민건강증진기금의 주된 목적은 금연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민건강증진기금은 복지부의 쌈짓돈 역할을 해왔다”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이어 “여기에 대한 반성과 정책 제안 없이는 정부의 담뱃값 인상은 허구다. 새정치연합은 담뱃값 인상이 국회로 넘어오면 꼼꼼하게 따지겠다”고 경고했다.
시민사회단체 일각에서도 담뱃값 인상이 흡연율 감소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며 정부 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한국납세자연맹은 "복지부 설문 조사에서도 담배를 끊게 된 가장 큰 이유로 본인과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가 69.9%이고 경제적 이유가 6.2%로 나타났다"며 근거를 들었다.
버스요금과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에 이어 담뱃값까지 오르게 되면서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더욱 어렵게 됐다. 올초 공공요금 인상은 당분간 계획하지 않고 있다는 정부의 주장이 거짓임이 드러나게 된 셈이다.
담뱃값이 2000원 오르게 될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약 0.62%포인트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측정할 때 주요 생필품의 가격을 가중치 형태로 입력해 결과를 산출한다. 담배는 전체 1000점 중 7.7점의 가중치를 적용받는 주요 품목이기 때문에 가격 인상이 물가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담배는 분류상으로는 기호식품이지만, 사실상 생필품 성격이 강한만큼 상당한 부담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또한 비난의 화살을 피해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 참여정부의 담뱃값과 소주가격 인상 대책에 반대 입장을 나타낸 바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2005년 9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가진 청와대 회담에서 “소주와 담배는 서민이 애용하는 것 아닌가. 국민이 절망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까지 청와대는 담뱃값 인상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묵묵부답으로 일관 중이다.
한편, 정부는 오는 12일에도 연간 4620원인 주민세를 2년에 걸쳐 1만원 이상으로 올리는 지방세 개편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그 외 카지노에 레저세를 부과하고 부동산펀드와 호텔 등에 적용했던 지방세 감면 혜택도 없어질 것으로 예상돼 국민들의 세금 부담은 향후에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