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부총리의 현장행보는 9월 들어 절정을 이루고 있다. 내년 예산안뿐만 아니라 4분기에 경제 효과를 거두려면 경기를 체감하는 현장이 살아나야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 부총리는 앞으로도 촘촘히 짜인 일정에 따라 금융, 산업, 복지 등 다양한 경로를 소화하며 보폭을 넓힐 계획이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 부총리가 현장에서 정책 구상을 하고 있다.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이 아닌 실제 체감하는 경제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라며 “내년 예산안 수립도 현장 중심의 정책이 상당수 반영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최 부총리가 취임 후 방문한 현장(간담회 포함)은 모두 7회다. 8월 국회에 상정된 민생경제법안 처리를 위한 국회 일정을 제외하면 1주일에 2회씩 현장에서 정책을 구상한 셈이다.
최 부총리는 지난 7월 17일 첫 현장방문으로 꼽은 성남 인력시장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가 필요하다”며 “현장을 직접 찾아 체감 경기 회복의 실마리를 찾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모두 7회의 현장방문과 간담회에서 이른바 '초이노믹스'의 윤곽도 나왔다. 비정규직 고용안정과 중소기업 세법개정 및 규제완화,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 신설 등은 한국경제 체질 개선을 이루겠다는 중요한 메시지로 평가 받고 있다.
또 금융시장 차별화를 위한 글로벌 진출, 기초연금 시행, 창조경제 지원예산 확대, 판교를 창조경제밸리로 육성 등은 내년 예산과 정책에서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 7월 24일 새 경제팀이 내놓은 경제정책방향에는 현장 방문에서 나온 애로사항과 아이디어가 상당수 반영됐다.
임시·일용직 비중이 높은 건설근로자에 대해 ▲임금체불 근절방안 마련 ▲건설기능향상 훈련 확대 ▲건설공제사업 활성화 등 비정규직 분야는 고용정책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달 22일 방문한 천안 남산중앙시장에서는 ‘맞춤형 특성화 지원’을 꼽았다. 시장별 개성과 특색을 살릴 수 있도록 각 시장을 ▲골목형 ▲문화관광형 ▲글로벌 명품형 등 3개 휴형으로 구분해 지원범위를 넓히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골목형 시장은 전체 전통시장의 60%를 차지하는 만큼 청주 서문시장의 삼겹살과 같은 한 가지 이상의 특색을 갖춘 시장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또 전국에서 5곳의 시장은 시장 당 50억원을 투입해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세계적 관광명소로 집중 육성하는 ‘글로벌 명품시장 육성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최 부총리는 “서민경제가 회복하려면 무엇보다 전통시장 활성화가 중요하다”며 “내년 예산편성 과정에서 전통시장에 대한 재정지원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에 신설되는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은 최 부총리가 언급한 서민정책의 한 축으로 꼽힌다. 올해 1조2000억원의 기금을 내년에 2조원으로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금융권에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지난 4일 열린 6개 금융협회장 오찬간담회에서 최 부총리는 “금융업의 보신적 타성과 소극적인 행태가 아닌지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때”라고 금융업 위축의 원인을 지적했다.
최 부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스스로 변화를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경고의 메시지로 풀이된다.
내년 예산에서 관심 높은 분야인 복지도 어느 정도 밑그림을 끝마쳤다. 5일 관악 노인종합복지관 방문에서 내년에 기초연금 시행과 더불어 노인 일자리 확대, 노인장기요양보험 확대 등을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최 부총리의 현장 방문과 관련해 “내수 살리기와 민생경제 회복을 강조하고 현장방문을 통해 체감 중심 정책을 펼치겠다는 의지”라며 “최 부총리가 각종 민생 현장을 자주 찾아 정책 방향 설정의 ‘재료’로 삼겠다는 의미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지금처럼 내수 활성화가 중요한 시기에는 경제사령탑이 민생 현장을 최대한 많이 찾아가야 한다”며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많이 기울일수록 국민 삶과 직결되는 정책을 많이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