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지난달 1일부터 주택담보대출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완화된 이후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이 3배 이상 급증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LTV·DTI 완화 이후 1개월간 금융권 전체 주택담보대출은 7월 말보다 4조7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주택담보대출 평균 증가액이 1조5000억원인 것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는 올해 비은행권의 월평균 대출 증가액인 5000여억원의 8%에 불과한 수치다. 지난달 22일까지 3주간 비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1000억원 증가했으나 4주차에 대출이 600억원 줄었다.
이는 최근 금리 인하와 함께 주택시장과 주식시장도 오르는 등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돼 대출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8월 중 금융시장 동향' 자료에서도 주택담보대출이 가팔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은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 양도 포함)은 385조3000억 원으로, 전달 대비 4조6000억 원 증가했다.
증가 규모는 2012년 12월(4조6000억 원) 이후 1년8개월만에 최대 규모다.
한은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이 주택거래량의 증가, 정책 모기지론 취급 확대 등으로 크게 늘었다"면서 "잠정치 집계인 만큼 은행에서 통계를 넘겨받는 시점에 따라 최종 집계와는 다소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의 이 주택담보대출 집계에는 전세대출이나 집단대출도 포함돼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LTV와 DTI 완화로 대출이 증가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증가액 중 5년 후부터 새로운 고정금리가 적용되는 주택금융공사의 적격대출 판매가 3조8000억원에 달했다.
주택금융공사가 은행으로부터 적격대출을 매입하는 금리가 지난달 3.3%에서 3.47%로 상승해 은행들이 금리 상승 전 집중적으로 취급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서도 추석 연휴 등의 영향이 있지만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올해 평균치와 비슷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이와 별도로 가계부채 증가가 가팔라져 경제에 더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LTV와 DTI 규제 완화로 3분기에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더 가팔라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가계부채 증가세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