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철도 부품 제작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것은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등 거대 양당의 짬짜미에 의한 합작품의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그간 혁신을 외친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도 최소 14표 이상 송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을 사실상 묵인,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될 기세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대치 정국으로 9월 정기국회가 올스톱된 상황에서 여야 의원들이 동료 의원 구하기에 나섰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됨에 따라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송광호 체포동의안 셈법, 野 반대 ‘14표’…왜?
국회는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송 의원 체포동의안에 대한 무기명 투표를 한 결과, 총투표 수 223표 가운데 찬성 73표·반대 118표·기권 8표·무효 24표로 부결됐다고 밝혔다. 찬성표를 제외한 사실상의 반대표가 150표에 달한 셈이다.
이날 표결에는 새누리당 의원 136명과 새정치연합 114명, 비교섭단체 의원 6명 등 총 256명이 참여했다. 새누리당 전원이 표결에 참여하고 모두 반대 및 기권, 무효표를 던졌다고 가정하면, 야권 내부에서 최소 14표가 송 의원 체포동의에 반대했다는 셈법이 가능하다.
그간 정의당 등 진보정당이 송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에 찬성한 터라 정치권 일각에선 14표 모두가 새정치연합에서 나온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송광호 체포동의안 부결’이 거대 양당의 짬짜미에 의한 합작품이라는 얘기다.
특히 새누리당 일부 의원이 반대표를 던졌을 경우 새정치연합의 이탈표는 늘어난다. 정치권 안팎에선 새정치연합 의원 20명 정도가 ‘송광호 체포동의안 부결’에 동참한 것으로 보고 있다.
논란이 일자 새정치연합 대변인단은 본회의 직후 정론관을 찾아 새누리당에 책임을 떠넘겼다.
먼저 유은혜 원내대변인은 국회 본회의 직후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나서서 방탄 국회는 없다고 공언했다”며 “말로는 방탄 국회 없다고 하고, 행동으로 조직적 부결을 감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이 자당 의원 보호를 위해 국민 앞에 한 약속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라며 “국민은 무시당했고, 새누리당은 철피아(철도+마피아) 척결 의지가 없음을 스스로 입증해 보였다”고 비판했다.
◆새정치 “김무성, 부결 총지휘”…진보진영은 제1야당 비판
이어 한정애 대변인도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와 관련해 “새정치연합은 당 차원에 표결에 불참할 경우 의결 정족수도 채우지 못해 혹시나 동의안이 폐기될 것을 우려해 참여했으나. 역시 집권당의 자기 식구 감싸기는 끈끈했다”고 비판했다.
한 대변인은 “새누리당이 얘기해온 특권 내려놓기, 정당혁신은 다 어디로 갔나. 청와대가 늘 주장해 왔던 원칙은 또 어디로 실종된 것인가”라고 “국민을 두려워할 줄 모르는 158석의 집권 여당의 오만이 어느 정도인지 여실히 보여준 어처구니없는 사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예상했던 대로 새정치연합 측이 새누리당을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집단적으로 반대표를 던졌다는 억지를 조직적으로 유포하고 있다”며 “이것도 또 카톡으로 전파하실 것인가. 즉각 멈추지 않을 경우 그 진원지를 추적해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0여분 뒤 김영근 수석대변인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향해 “송광호 체포동의안 부결을 지휘한 장본인”이라며 “대표가 직접 사과하라”고 공격했다.
반면 진보진영은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을 싸잡아 비난했다.
정의당 김제남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국민의 따가운 지탄은 아랑곳하지 않고 얼굴에 철판을 깐 동료의원들의 철통방어 덕분에 그동안 정치권이 강조해온 ‘철피아 척결’은 그야말로 공염불에 그치게 됐다”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자율투표를 결정한 것과 관련해 “사실상 반대표를 던지라는 조직적 방침을 내린 것이나 다름없다”며 “비리의원 구하기에 여야가 따로 없는 모습을 보며 참으로 개탄스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김재연 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을 내고 “국회의원에게 부여된 불체포특권은 야당 의원에 대한 부당한 정치탄압을 막기 위한 것이지 비리혐의 정치인에게 주는 방탄조끼가 아니다”라며 “이토록 국민을 기만하고도 심판이 두렵지 않은가”라고 힐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