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지난해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들이 통보한 기술장벽(TBT) 통보문은 총 1599건으로 WTO 창설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 세계적으로 무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새로운 기술규정이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 우리나라와 같은 제조업 수출국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수출 비중이 높은 신흥국의 기술장벽 증가는 우리 업계의 애로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TBT 통보 건수의 특징을 보면 과거와 달리 신흥국 비중이 70%를 초과하고 있으며, 사람의 건강 또는 안전 보호라는 보다 주관적인 규제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신흥국의 기술장벽이 높아지고 있을 뿐 아니라 기술규제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수단으로 남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주요 교역상대국의 기술규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체를 인터뷰한 결과, 대중국 수출업체는 인증 및 등록관련 절차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고 미국 및 유럽연합(EU)에 수출하는 업체의 경우에는 환경 및 보건 관련 기술규제가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에 화장품을 수출하고 있는 A사는 인체유래 줄기세포가 포함된 노화방지용 화장품을 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허용되지 않는 성분이라는 이유로 중국 수출용 대체성분을 별도로 개발해야만 했다. 이는 중국이 사용가능한 화장품 원료목록을 발표하고, 리스트에 없는 성분을 포함하는 화장품에 대해서는 사실상 수입을 허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료기기 전문업체인 B사 역시 중국의 복잡한 인증절차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 내에서 판매되지 않고 해외수출용으로만 생산된 제품에 대해서도 한국에서의 선 등록을 요구하고 있어 국내 절차를 거치는데 8∼9개월의 추가적인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또한 국내 절차를 완료한 이후에도 중국 관계당국에서 추가적으로 시험 및 인증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그런데 국내 및 중국에서 장기간 인증 절차를 밟는 도중에 제품의 시장 트렌드가 변해 판매 기회 자체를 상실하거나 중국의 모방제품이 먼저 판매되는 사례도 빈번하다.
이혜연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원은 “무역업계는 현장에서 체감하는 기술규제 사례 및 비관세장벽을 정부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정부는 업계와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며, “기술장벽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양자 및 다자간 채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하고, 특히 중국의 기술장벽에 대해서는 아직 진행 중인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통해 업계의 애로를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