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을 지난달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열 일곱에 선천성 조로증을 낳은 태권도 선수 출신 아빠 대수 역을 맡은 강동원은 배역에 맞게 몸을 키웠다.
“운동선수 출신이라 계속 운동을 하면서 살집을 늘렸어요. 그냥 막 찌우면 안되잖아요. 그래도 선수 출신인데. 감독님이 그만 됐다고 할 때까지 운동하면서 계속 먹었죠.”
강동원이 연기한 대수는 “아들, 나보다 늙었다고 운동선수 출신 아빠 무시하면 안돼. 그런 거에 민감해”라고 말하면서 아들 아름이(조성목)이 원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는 아빠다. 어린 나이에 미라(송혜교)와 실수로 임신을 하면서 아버지(김갑수)와는 연을 끊는 인물이다.
강동원은 이 장면에 대한 리허설을 하지 못했다. 리허설을 못할 정도로 복받쳤다.
“저도 시사회 때 울었어요. 조금씩 감정을 건드리다가 아버지를 만날 때 가장 슬펐죠. 보통 본촬영 전에 리허설을 하는데 못하겠다고 했어요. 빨리 찍자고요. 제어가 안됐어요. 참고 참다가 아들이 중환자실에 입원했을 때 눈물이 터지더라고요.”
그만큼 배역에 몰입한 강동원은 몸을 사리지 않았다.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일명 ‘사고’를 친 어린 아빠다보니 뺨을 맞는 신은 필수 불가결한 장면이었다. 가짜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 제대로(?) 맞았다.
강동원은 “거의 30대를 맞았다. 한 테이크 당 4대씩 아주 찰지게 맞았다. 그래도 사실 맞는 게 때리는 것보다 쉽다”면서 웃어 보였다.
송혜교와 처음 대면하는 깊은 산속 계곡에서도 그의 열연(?)은 계속됐다. 화끈한 노출도 감행했다.
“그냥 시나리오 대로 찍었죠(웃음). 4월에 치악산에서 촬영했는데 너무 추웠어요. 물 온도가 7도라고 하더라고요. 조금 더 내려가면 물이 얼수도 있는 수준이었으니까요. 냉탕도 그런 냉탕이 없었죠.”
송혜교와의 호흡은 ‘척척’이었다. 그는 “평소 친분도 친분인데, 친분을 떠나 장준환 감독님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바가 있어 더 편했다”며 “모르는 연기자면 긴장도 많이 되는데 친해서 더 잘 맞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시사회에 부모님을 초청하지는 못했다고. 강동원은 “그냥 따로 보실 것 같다. 시골에 계셔서 초대하기도 어렵거니와 쑥스럽다. 집에서 아주 무뚝뚝한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살갑지도 않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하다 보니 강동원은 실제로 어떤 아빠가 될까 궁금했다. 그는 “대수와 비슷할 것 같다. 철없지만 친구처럼 지내는 그런 아빠가 될 것 같다”고 답했다.
강동원의 철부지 아빠 연기는 3일 확인할 수 있다. 12세 관람가로 아버지는 아들을 데리고, 아들은 아버지를 모시고 보면 더욱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