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두근두근 내 인생' 강요하지 않는 감동, 배우들의 호연

2014-09-02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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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 포스터]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감독 이재용·제작 영화사 집)은 선천성 조로증을 앓고 있는 아름이(조성목)에 대한 이야기다. 열 여섯 살이지만 신체 나이는 여든 살 아름이는 외모만큼이나 성숙했다.

어리광을 부릴 수 있고, 사춘기가 한창일 나이지만 누구보다도 속이 깊은 아들을 둔 철없는 아빠 대수(강동원)와 엄마 미라(송혜교)는 아름이 나이 때쯤 한번의 실수로 아름이를 낳게 된다.

무더운 여름, 산속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한 차가운 계곡에서 만난 두 사람은 첫 눈에 반해 그렇고 그런 일로 아름이를 낳았고, 신이 주신 선물을 거부할 수 없었다.

물론 미라는 혼란스러운 마음에 운동장을 뛰고 또 뛰었다. 그래서 과학적 근거도 없는 맹신이지만, 아들이 선천성 조로증에 걸렸다고 자책하는 엄마다.
 

[사진=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 스틸컷]

대수는 어린 나이에 가장이 되면서 홀아버지(김갑수)와 인연을 끊었다. 미라는 세탁공장에 다니고 대수는 택시를 몬다. 대수는 아름이가 원하는 것이면 뭐든 하는 아빠다.

아름이는 옆집 할아버지 장씨(백일섭)에게 “같이 늙어가는 처지”라면서 편하게 대하고 주치의(이성민)에게 “제가 언제 죽는지 알려달라”고 말한다. 자신을 이렇게 만든 신에게 원망할 법도 하지만, 자신보다도 자기를 위해 고생 아닌 고생을 하는 엄마와 아빠에 대한 미안함이 더 큰 훌륭한 아들이다. “부모님에게만큼은 웃기는 자식이 되고 싶다”면서 “다시 태어난다면 아버지가 되고 싶다”는 큰 마음을 가진 아들이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억지 눈물을 강요하지 않는다. ‘자! 여기서 우세요’라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위트가 넘칠 정도다. 그래서 더 슬프다. ‘웃프다’는 말이 딱 어울린다.
 

[사진=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 스틸컷]

대체 불가 배우 강동원은 철부지 서른 셋 아빠를 완벽하게 연기했다. ‘전우치’ ‘의형제’ ‘초능력자’ ‘군도: 민란의 시대’의 그 배우가 맞나 싶다. 특히나 연을 끊었던 아버지를 만나는 장면, 아버지가 아버지를 만났을 때, 강동원과 김갑수가 한 컷에서 적지 않은 시간 주고 받는 대화와 모습은 콧등을 시큰하게 만들었다.

송혜교는 여신 이미지를 잠시 내려두었다. 말끝마다 욕을 해 ‘18공주’로 불리고, 열 일곱에 애를 낳으며 포기한 걸그룹에 대한 미라는 송혜교가 아니면 소화하기 힘들었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자신 때문에 아들이 조로증에 걸렸다고 울고 또 우는 송혜교의 연기는 몰입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아름이 조성목은 데뷔작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완벽한 메소드 연기로, 아름이로 분한 조성목의 차기작을 어서 빨리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보석을 발견한 느낌이다.

여기에 데뷔 50주년을 1년 남긴 백일섭과, 지난해 ‘변호인’을 기점으로 ‘관능의 법칙’ ‘방황하는 칼날’ ‘군도: 민란의 시대’ 등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연기하는 배우 이성민과 항상 맞춤옷을 입은 듯 배역에 녹아드는 김갑수의 조합은 신의 한 수다.

가을, 관객들의 심금을 울릴 ‘두근두근 내 인생’은 3일 개봉한다. 12세 관람가지만 보호자 동반 시에는 12세 미만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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