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세월호특별법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 간 ‘강대강’ 대치가 최고조에 이르고 있는 정국 속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연일 ‘마이웨이’ 행보를 이어가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8일 기록적인 폭우로 피해를 본 부산 지역을 방문해 피해 복구 상황을 점검하고 이재민들을 격려했다.
전날인 27일 ‘문화가 있는 날’을 맞아 서울 종로구 상명아트센터에서 뮤지컬 ‘원데이’를 관람했고, 지난 6일에는 영화 ‘명량’을 관람했다.
이 같은 박 대통령의 행보는 세월호특별법 처리를 둘러싼 여야, 유가족들과의 갈등이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는 일종의 시그널이자, 세월호 특별법 처리 문제는 어디까지나 국회의 입법권에 관한 사안으로 대통령이 나설 문제가 아니라는 확고한 입장을 거듭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세월호’라는 단어를 한 번도 꺼내지 않았다. 다만 "의회는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엄중한 책임이 있고 의회 민주주의는 개인과 정당을 뛰어넘어 모든 국민을 향해야 한다"면서 "의회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국회가 국민을 대신해서 경제활성화와 국민안전, 민생안정을 위한 핵심 법안들을 이번 8월 임시국회에서 꼭 처리해 주실 것을 부탁드리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민생법안 등의 분리처리를 거부하고 있는 야당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28일 세월호 유가족의 대통령 면담 요청에 대해서도 “지금도 기존 입장은 변함없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유가족과 국민들의 동조 단식 농성이 확산되고 있고, 야당까지 장외투쟁에 돌입한 극한 대치 상황에서 지금까지 침묵만 지켜온 박 대통령이 외부 문화 행사에까지 참석해 웃는 얼굴을 보이는 것은 도가 지나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영근 대변인은 27일 논평에서 박 대통령의 뮤지컬 공연 관람에 대해 “이 판에 공연을 관람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절망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는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2차 외상을 가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대통령으로서 자식 잃은 부모들의 손을 다시 한 번 잡아 주는 게 그렇게 어려운가”라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쏟아지고 있다.
일단 청와대는 세월호특별법 처리를 둘러싼 여야-유가족 간 대치 정국에 대한 여론 추이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세월호 대치정국이 장기화되면 결국 화살은 정치력 부재를 여실히 보여준 박 대통령과 청와대로 향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부담만 증폭시킬 수 있다고 고심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번 주 주말을 사실상 여당과 유가족과의 2자협상으로 굳어진 세월호특별법 협상 타결의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유가족 측이 세월호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기소권을 달라는 요구를 굽히지 않을 경우 협상 타결은 더욱더 힘들어질 것으로 보여 여론 추이를 살피면서 대응 전략을 짜겠다는 게 청와대의 속내로 보인다.
청와대와 여권은 현재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대치정국을 바라보는 국민적 피로감이 쌓여가고 있다고 보고, 설령 ‘장기전’으로 가더라도 크게 손해볼 것이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새누리당은 28일 일부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 세월호 특별법과 경제관련 법안을 분리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이 나온 것을 들어 야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세월호 특별법이 민생경제 발목을 잡으면서 국민 시선이 싸늘하다”며 “오늘 언론 여론조사를 보니 세월호법과 민생경제 법안을 분리 처리해야 한다는 게 78.5%에 이른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민생·경제 ‘마이웨이’ 행보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다음 달 1일 청와대에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소속 위원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며, 3일에는 제2차 규제개혁장관회의를 열고 1차 회의 때 지적됐던 규제들을 재점검하고, 규제개혁 속도전을 재촉할 방침이다. 또 추석명절을 앞두고 민생 현장을 방문하는 일정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