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교착 상태에 빠진 세월호 정국이 출구전략을 찾지 못한 채 극심한 진통을 겪으면서 정국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고 버티는 집권여당과 두 번의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도 당내 강경파와 세월호 유가족들의 반대에 막혀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 제1야당의 무능으로 ‘리더십 진공상태’가 정국을 덮치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여야가 진상규명 및 후속대책 마련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지만 △진영논리가 극한 대립을 부르는 의회 실종주의 △정당 내 특정 계파가 당 리더를 흔드는 계파주의 등 한국 정치의 민낯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진상조사위 기소권 부여, 이호중 “특별법 가능” vs 이상돈 “논리 문제 떠나”
세월호 특별법의 핵심 쟁점은 수사권·기소권을 부여한 독립된 지위의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이다.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 등 유가족들은 이 안을 원하는 반면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이를 분리해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특별 검사를 두는 안에 합의했다.
문제는 유가족이 포함된 진상조사위에 기소권 등을 부여하는 게 ‘기소 독점주의’에 반하느냐다. 법학 교수들의 의견도 의견도 팽팽히 갈렸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1일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이와 관련해 “기소 독점주의는 법률상의 문제”라며 “일반법이 아닌 특별법으로 예외를 두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 특검도 이 같은 형태”라고 잘라 말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헌법에는 기소권의 경우 ‘검사에게 영장청구권이 있다’는 것 이외에 규정된 게 없다”며 “특별법으로 진상조사위에 기소권을 줄 수 있어 헌법 위배 및 교란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법학)는 “진상조사위에 기소권 등을 주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 “특검을 통해 추가로 기소할 게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특검의 추진 목적은 범죄 수사의 규명에 있지만, 세월호 참사의 경우 사실 규명이 우선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교수는 세월호 정국 해법과 관련해선 “특별한 방법이 없다”며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 등이 ‘세월호 참사=교통사고’로 비유하면서 유가족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 않나. 이미 논리의 문제를 떠난 것”이라고 집권여당을 비판했다.
◆野, 기습적 방탄국회 소집…신율 “표결 붙여야” vs 김만흠 “개회 이후 판단해야”
또 다른 논란은 방탄 국회 소집 시도 의혹이다. 세월호 정국에서 사면초가에 몰린 새정치연합은 7월 임시국회 회기 종료 직전 기습적으로 8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했다.
앞에서는 세월호 유가족들과 공조 행보를 공언한 제1야당이 야밤에 입법로비 의혹을 받는 신계륜·신학용·김재윤 의원 구하기 ‘시도’에 나섰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제1 야당의 ‘꼼수 정치’ 논란이 불거진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국회의원은 헌법기관이 아니냐. 민생 법안 통과가 제로인 상황인데, 강제구인이 되든 안 되든 중요한 것은 그냥 표결에 붙이면 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세월호 정국에서 나타난 새정치연합의 행보에 대해 “정당이 세월호 유가족들의 허락을 받고 있는 상태”라며 “정당이 유가족들을 대변할 수도 있겠지만, 더 많은 국민을 대표해야 한다. 만일 새정치연합이 재협상을 한다면, 정당이길 포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이와 관련해 “방탄 국회인지 아닌지는 8월 임기국회 개회 이후 새정치연합의 행보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며 “그 때 판단해도 늦지 않다. 국회 개회 자체를 방탄 국회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김 원장은 세월호 특별법 협상 논란에 대해선 “여야 합의안대로 가는 게 맞다고 본다”며 “그게 아니면 아예 특별법 자체를 양보하지 않는 쪽으로 진행될 수 있다. 진상조사위를 한다고 해서 검찰과 감사원 조사 이상으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유가족과 국회의 극적 타협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