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지 마라.”<왕이 중국 외교부장>
“남중국해 지역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활동을 중단하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최근 미얀마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동아시아 지역을 둘러싸고 중국과 미국간 기 싸움이 벌어졌다. 종전 후 미국 주도의 기존 역내 질서의 재편을 시도하는 중국과 이를 견제하려는 미국 간 팽팽한 대립으로 동아시아에 격랑이 일고 있다.
중국이 지난 수십 년간 이어온 ‘자신의 재능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인내하면서 기다린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 자세에서 벗어나 ‘할 일을 주도적으로 한다’는 주동작위(主動作爲)의 적극적인 외교행보를 보이며 미국에 당당히 ‘신형대국관계’를 요구하고 있다.
커져가는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힘을 키우고 있는 중국이 미국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방편으로 아시아로의 회귀, 재균형 전략 카드를 꺼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12년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 처음 중국의 오랜 우방인 미얀마를 방문해 경제적 지원을 약속했다. 지난 4월엔 아시아 지역을 순방해 일본, 필리핀 등 국가에 각종 지원을 약속하며 중국에 견제구를 날렸다.
하지만 중국은 아랑곳하지않고 미국 앞마당인 남미에서도 과감한 외교 행보에 나서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달 브라질에서 열린 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정상회의에서 미국 주도 세계 금융질서에 대항하는 중국 주도의 브릭스개발은행 설립을 선언했다. 대표적 반미국가인 베네수엘라, 쿠바도 방문해 미국을 자극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 유럽연맹(EU)등 서방국가와 적대관계에 놓인 러시아와는 최고의 밀월기를 구사하고 있다.
중국이 동분서주하며 자기 편 끌어들이기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반면 미국의 외교력은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은 이미 시리아 사태에 대한 군사개입을 우왕좌왕 끝에 포기함으로써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외교적 과오를 범했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중동 지역의 늪에서 헤어나오지도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의 러시아 합병도 속수무책으로 지켜봤다. 여기에 미국은 경기불황으로 국방비 감축이라는 악재까지 겹친 상태다. 미국의 ‘세계경찰’ 역할에 국내외적으로 회의감이 고조되고 것.
일각에서는 미국 중국 양국이 기존 세력과 신흥세력이 충돌해 파국에 이르는 이른바 '투키디데스 함정(Thukydides' trap)'의 가능성을 제기한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간 무력 충돌의 결과는 자명한만큼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 7월초 열린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양국의 인식은 잘 드러났다. 당시 시진핑 주석은 "중미 충돌은 재난과도 같다. 양국은 멀리 내다보고 충돌은 피하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역시 “평화롭고 안정적인 중국의 부상을 환영한다”며 중국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과 미국이 해상 영유권·인권·사이버 안보·금융·무역 등 중국의 핵심 이익이 걸린 사안에서 해법을 찾는 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오는 11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도 G2간 힘겨루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