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프로들이 골프룰 위반으로 벌타를 받는 경우를 심심찮게 본다. 아마추어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아니, 프로가 룰을 모른단 말이야?”
그러나 프로들이라고 해서 룰을 속속들이 다 알만큼 골프룰이 만만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볼 좀 친다는 아마추어들이 내기골프할 때 “PGA룰로 하자”고 들이대는 것이 더 무지해 보인다. PGA는 골프룰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골프룰은 영국의 R&A(왕립골프협회)와 미국의 USGA(미국골프협회)가 주체가 되어 제정하고 개정하고 해석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USGA는 미국과 멕시코만 관장하고 나머지 모든 국가는 골프룰에 관한한 R&A의 관장을 받는다. 우리나라도 그렇다.
그러나 골프룰이라는 것이 골퍼들을 골탕먹이려고 있는 것이 아닌 이상, 룰의 취지를 분명히 이해하고 배울 필요가 있다. 특히 프로골퍼들은 반드시 배워야 한다. 그래서 오늘은 조언과 관련된 룰을 살펴본다.
1.라운드 중에는 자신의 파트너 이외에는 대회에 참석한 그 누구에게도 조언을 해서는 안된다.
2.라운드 중에는 자신의 캐디, 파트너, 파트너의 캐디 이외에는 그 누구에게도 조언을 요청해서는 안된다.
여기에서 파트너는 편을 짜서 하는 게임에서 같은 편 선수를 일컫는다.
이 두 가지가 조언과 관련된 룰의 기본이고, 이것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벌타 유무를 판단해 보자.
A: “여기서부터 홀까지 거리가 얼마나 될까?”
B: “그걸 왜 나한테 묻나? 너 벌타 받아라. 2벌타다.”
이것은 벌타상황이 아니다. 거리는 객관적인 정보이므로 조언이 아니다. 동반자에게 얼마든지 물어볼 수 있다. 얼마나 정직한 답을 듣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세컨드샷을 앞둔 A가 방금 세컨드샷을 한 B에게 묻는다.
A: “너 방금 몇 번 아이언 쳤냐?”
B: “너 그런거 물으면 벌타야, 2벌타.”
벌타 맞다. A에게 2벌타가 부과된다.
A, B 모두 세컨드샷이 온그린됐다. A가 B에게 묻는다.
A: “너 방금 몇 번 아이언 쳤냐?”
B: “그런거 물으면 벌타라고 했잖아, 2벌타.“
미안하지만 이건 벌타가 아니다. A도 이미 세컨드샷을 했기 때문에이 질문에 답한다고 해서 당장 A가 도움받을 건 없다.
파3홀에서 B가 티샷을 하고 아이언을 가방에 넣었다. 이 때 옆에 있던 A가 B의 가방을 슬쩍 엿보면서 아이언의 번호를 봤다.
B: “너 왜 남의 아이언 번호를 보고 그래?”
A: “미안, 난 그냥 궁금해서….나 또 벌타냐?“
괜찮다. 이런건 벌타 아니다. 노출된 정보를 보는 것은 괜찮다.
파3에서 B가 티샷을 하고 아이언을 가방에 넣고, 수건으로 덮었다. 이 때 옆에 있던 A가 B의 가방을 슬쩍 엿보면서 수건을 들고 방금 B가 친 아이언의 번호를 봤다.
B: “너 진짜 왜 그래?”
A: ”뭐, 이런 건 괜찮다고 그랬잖아 좀 전에….”
B: “아니, 이번엔 너 벌타 맞다. 노출되지 않은 정보를 못된 손으로 노출시켜서 정보를 얻었잖아. 그러면 벌타야, 2벌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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