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재현 "도민준 집에서 초코우유 6통은 먹었죠"

2014-08-1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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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남궁진웅 기자]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참 쉬워 보였다. 모델에서 연기자로 방향을 바꾼 안재현의 한걸음 한걸음이. ‘흥행 보증 수표’ 전지현 김수현 주연의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데뷔해 작품의 인기를 등에 업고 단박에 아시아에 이름을 떨친 데 이어 동명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 단계부터 화제가 된 영화 ‘패션왕’에 캐스팅됐다. ‘별에서 온 그대’ 종영 3개월 만인 지난 5월 ‘너희들은 포위됐다’로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방송사에서 다시 시청자와 만났다. 두 작품 모두 동 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맞아요. 밖에서 보면 참 쉬워 보였을 거예요. 하지만 전 갑작스레 저를 덮친 모든 것이 어렵고 무겁고 무서워요. ‘별에서 온 그대’ 때에는 제 차례가 빨리 끝나기 만을 바랐을 정도였어요. 달달 외운 대사, 반복적으로 연습한 표정을 해치우듯이 뱉어냈죠. 아직도 카메라 앞에만 서면 울렁거려요. 긴장해도 NG는 내면 안 된다는 압박에 대본을 보고 또 봐요.” 지난 4일 서울 충정로에 위치한 아주경제 본사를 방문한 안재현은 열병을 앓고 있었다. ‘내 연기가 맞는 건가? 이렇게 사랑받아도 되는 건가? 내 부족함은 어떻게 메꿔야 하나’ 고심하고 고뇌하는 그를 보니 지금 앓고 있는 열병이 진정한 연기자로 거듭나기 위한 성장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2살 때 교통사고를 당해 4개월을 누워만 있었어요. 그때 진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죠. ‘키가 크니까 모델을 해야지’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에이전시를 찾아갔어요.” 못생기고 촌스럽다는 이유로 번번이 에이전시에게 퇴짜를 맞은 안재현은 두 달 후 ‘아시아 모델 페스티벌 어워즈’에서 600명의 참가자 중 1등을 차지했다. “모델은 처음엔 말 그대로 직업이었어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요. 근데 일을 하면서부터는 정말이지 제대로 해내고 싶다는 꿈이 생겼어요.”

안재현[사진=남궁진웅 기자]

그런 그에게 ‘별에서 온 그대’라는 대작이 다가왔다. ‘별에서 온 그대’ 장태유 PD가 우연히 안재현의 인터뷰를 보고 그를 캐스팅하고 싶어 한 것. 흥행이 보장된 작품, 거기에 천송이(전지현)의 남동생 역할이라니…인지도를 높이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라는 것을 안재현도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해낼 자신이 없다”며 거절했다고 했다. “드라마가 흥행하리라는 것도, 제가 유명해지리라는 것도 예상했지만 제가 원한 건 그런 게 아니었어요. 모델에 집중하고 싶었고, 연기는 제가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니까요.”

장태유 PD는 그런 안재현을 끈질기게 설득했다. 확신이 없었던 부분에 대해 확고한 믿음을 심어줬단다. 장태유 PD는 안재현과 ‘너희들은 포위됐다’를 연결하는 오작교 역할도 마다치 않았다. ‘너무 빨리 새 작품에 들어가는 게 아닌가’ 고민하는 안재현에게 “너는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다. 누군가 너를 한 번 더 맡으면 정말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독려했다.

어리바리한 신입 경찰 4인방의 성장기를 그린 ‘너희들은 포위됐다’에서 안재현은 매사에 여유롭고 유들유들한 박태일을 맡아 깐족대고 말 많은 지국(박정민)과 파트너를 이뤘다. 2007년부터 스크린과 연극 무대를 오가며 내공을 쌓은 동갑내기 박정민과의 연기는 그에게 큰 자극이었다. “조용하고 수줍음도 많은 (박)정민이가 지국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모습이 놀랍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어요. ‘같은 나이인데 왜 나는 이만큼 연기를 못 할까’ 자책도 했고요. 정민이에게 많이 물어보고 많이 배웠습니다. 덕분에 ‘별에서 온 그대’ 때보다 좀 자유로워진 것 같아요.”

안재현[사진=남궁진웅]

미숙하고 서투른 안재현이 시청자의 눈에 들어온 것은 ‘별에서 온 그대’의 ‘초코우유’ 장면 덕이다. 윤재(안재현)는 누나 천송이와 밤을 지샌 도민준(김수현)의 집을 막무가내로 찾아가 “우리 누나 진짜 좋아하냐”고 윽박지르다가 “초코우유 먹을래?”라는 한마디에 “여러모로 모자란 우리 누나 잘 부탁한다”고 꼬리를 내린다. 시니컬하지만 순수한 ‘누나바보’ 윤재의 모습에 시청자는 엄마미소를 머금었다.

“어휴! 말도 마세요. 초코우유를 6통은 먹은 것 같아요. NG를 얼마나 냈는지 몰라요. 갑자기 늘어난 분량에 엄청 긴장했거든요. 잘했다 싶으면 우유가 다 떨어져서 빨대로 빨 때 소리가 너무 크게 나는 거예요. 카메라 감독님까지 카메라가 들썩거리게 웃으시더라고요. 방송을 자세히 보면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게 티가 날 거예요”

레몬티가 담긴 머그잔을 만지작거리는 손은 엄지와 검지 사이가 붉게 부어있었다. “여기가 부기를 빼주는 혈이래요. 아파서 그런지 아침에 일어났더니 얼굴이 퉁퉁 부었더라고요. 부기 빼려고 메이크업 받고 여기 오는 내내 누르고 있었더니 아직도 빨가네요. 부은 얼굴로 인터뷰 사진을 찍을 수는 없잖아요”라며 멋쩍게 웃었다. 작은 것도 소홀히 하지 않는 그를 보자니 성장판이 활짝 열린 안재현의 앞으로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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