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요. 밖에서 보면 참 쉬워 보였을 거예요. 하지만 전 갑작스레 저를 덮친 모든 것이 어렵고 무겁고 무서워요. ‘별에서 온 그대’ 때에는 제 차례가 빨리 끝나기 만을 바랐을 정도였어요. 달달 외운 대사, 반복적으로 연습한 표정을 해치우듯이 뱉어냈죠. 아직도 카메라 앞에만 서면 울렁거려요. 긴장해도 NG는 내면 안 된다는 압박에 대본을 보고 또 봐요.” 지난 4일 서울 충정로에 위치한 아주경제 본사를 방문한 안재현은 열병을 앓고 있었다. ‘내 연기가 맞는 건가? 이렇게 사랑받아도 되는 건가? 내 부족함은 어떻게 메꿔야 하나’ 고심하고 고뇌하는 그를 보니 지금 앓고 있는 열병이 진정한 연기자로 거듭나기 위한 성장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2살 때 교통사고를 당해 4개월을 누워만 있었어요. 그때 진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죠. ‘키가 크니까 모델을 해야지’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에이전시를 찾아갔어요.” 못생기고 촌스럽다는 이유로 번번이 에이전시에게 퇴짜를 맞은 안재현은 두 달 후 ‘아시아 모델 페스티벌 어워즈’에서 600명의 참가자 중 1등을 차지했다. “모델은 처음엔 말 그대로 직업이었어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요. 근데 일을 하면서부터는 정말이지 제대로 해내고 싶다는 꿈이 생겼어요.”
장태유 PD는 그런 안재현을 끈질기게 설득했다. 확신이 없었던 부분에 대해 확고한 믿음을 심어줬단다. 장태유 PD는 안재현과 ‘너희들은 포위됐다’를 연결하는 오작교 역할도 마다치 않았다. ‘너무 빨리 새 작품에 들어가는 게 아닌가’ 고민하는 안재현에게 “너는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다. 누군가 너를 한 번 더 맡으면 정말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독려했다.
“어휴! 말도 마세요. 초코우유를 6통은 먹은 것 같아요. NG를 얼마나 냈는지 몰라요. 갑자기 늘어난 분량에 엄청 긴장했거든요. 잘했다 싶으면 우유가 다 떨어져서 빨대로 빨 때 소리가 너무 크게 나는 거예요. 카메라 감독님까지 카메라가 들썩거리게 웃으시더라고요. 방송을 자세히 보면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게 티가 날 거예요”
레몬티가 담긴 머그잔을 만지작거리는 손은 엄지와 검지 사이가 붉게 부어있었다. “여기가 부기를 빼주는 혈이래요. 아파서 그런지 아침에 일어났더니 얼굴이 퉁퉁 부었더라고요. 부기 빼려고 메이크업 받고 여기 오는 내내 누르고 있었더니 아직도 빨가네요. 부은 얼굴로 인터뷰 사진을 찍을 수는 없잖아요”라며 멋쩍게 웃었다. 작은 것도 소홀히 하지 않는 그를 보자니 성장판이 활짝 열린 안재현의 앞으로가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