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오는 14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을 두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고민이 깊어졌다.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는 무르익은데다 국내 연구소, 증권사 등도 인하 가능성을 점치고 있기 때문이다.
금통위원들 사이에서 지난해 5월 이후 처음으로 소수 의견이 나온 점도 고민 거리다. 10일 기획재정부의 '최근 경기동향(그린북)'에 따르면 경기 회복세는 여전히 부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문가들도 현 상황에서는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며 정부와 같은 입장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세월호 충격의 장기화로 민간소비와 생산·투자 등 내수 전반이 침체됐고 하반기까지 지속될 전망"이라며 "확장적 재정정책과 기준금리 인하를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월까지 금리 동결을 주장했던 한국금융연구원도 지난 6일 경제성장률 수정전망치를 발표하면서 금리 인하 쪽으로 돌아섰다. 글로벌 IB들 역시 한국 경제의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둔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씨티그룹·노무라·소시에테 제네랄은 8월 금리 인하를 전망했고, BoA-메릴린치는 향후 3개월 내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 역시 당초 전망보다 하방리스크가 커졌다고 판단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0%에서 3.8%로 낮췄다. 지난달 29일 공개한 7월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인하 멍석'이 깔렸다.
정해방 위원이 홀로 인하를 주장했지만, 동결에 표를 던졌던 위원 중 4명도 경기하방 리스크에 대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기준금리는 위원들의 다수결로 결정되는만큼, 인하가 우세하거나 이주열 총재가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가능성도 커졌다.
물론 동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금리 기조를 급작스럽게 바꾼 전례가 없고 이주열 총재의 '깜박이'가 생각보다 강력하지 못해 9월께나 인하를 전망하는 시각도 있다.
이주열 총재가 취임 직후 "금리를 움직인다면 인상 쪽"이라고 밝혀, 인하 할 경우 '정부에 끌려간다'는 비판도 감수해야 한다.
다만, 한은이 정부에 협조해 정책 효과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실장은 "경기부양책과 기준금리 인하로 얻게 될 경제성장률 상승폭은 0.2%포인트로, 경제심리 위축도 길어져 통화정책을 추가 완화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금리를 인하하면 재정과 통화의 '정책 믹스'를 통해 경기부양 의지를 시장에 재차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