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조선산업은 조선소 수에서 한국에 비해 월등히 많은 데다가 후방산업인 해양부문이 든든하게 수요를 뒷받침 하고 있고, 정부도 적극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지원을 하나도 받지 못한 채 업체가 자체적으로 생존을 모색하고 있는 한국 조선산업이 이 정도까지 버틸 수 있었던 배경은 세계 1~3위 조선업체들이 기술과 생산에 있어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주도하고 있고, 소수의 중견 조선사들이 고유의 영역에서 성과를 올렸기 때문인데, 이런 상황은 전혀 고려대상이 안됐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이 30일 발표한 ‘중국 조선해양산업의 급속 성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중국은 2012년과 2013년 연속해서 선박 수주량, 건조량, 수주잔량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보여주는 3대 지표 모두 1위를 기록한 점을 들어 이같이 주장했다.
작년 기준 중국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수주량 35.0%, 건조량 30.7%, 수주잔량 33.5%였다. 이에 비해 한국의 점유율은 수주량 30.8%, 건조량 29.7%, 수주잔량 27.9%로 모두 중국에 밀렸다. 중국의 선박 건조능력은 2013년 약 2140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전 세계 건조능력의 39.4%를 차지하며 한국(29.5%)을 앞섰다. 배경에는 노후 선박의 대대적 교체와 상당 물량의 자국내 발주, 적극적인 금융 지원 등 국가 차원의 강력한 육성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해양플랜트 분야에서도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5월 말 현재 해양플랜트 수주 잔액은 한국이 587억 달러로 중국 498억 달러보다 많다. 그러나 2013년 한국의 신규 수주 실적은 188억 달러로 중국 245억 달러에 못 미쳤다. 올 1분기 수주 실적도 중국이 56억 달러로 한국 14억 달러를 웃돌았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조선해양산업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완료하면 질적으로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며 “기술과 품질 기반의 가격 경쟁력을 갖고 있던 우리나라를 더 크게 위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조선업계 고위 관계자는 “보고서 내용에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중국이 선박 수주를 많이 하고 있지만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 비중은 한국이 압도적으로 많다. 처음 건조하는 종류가 많기 때문에 상당한 손실을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중국에서도 조선소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일감이 없는 조선소들이 태반인데, 이들 조선소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역 경제와 맞물려 있어 중앙정부가 아무리 구조조정을 요청해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중국 경제를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 뇌관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해양플랜트에 있어서도 그들의 수주물량과 한국의 그것과는 도입 기술면에서 차이가 있다. 기술 격차가 1~2년 후로 좁혀졌다고 하지만 한국 조선사들도 뛰고 있기 때문에 양적으로는 뒤지겠지만 질적으로 처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