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에서 여직원의 손을 잡고 어깨에 기대는 등 행위는 '악성' 성희롱이 아니어서 해고처분은 지나치다는 1심 판결이 항소심에 완전히 뒤집혔다.
서울고법 행정6부(윤성근 부장판사)는 삼성카드에 다니던 구모(49)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지난 1998년부터 삼성카드에 재직해온 구씨는 2012년 5월 여직원을 성희롱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회사측에서 해고처분을 내렸다. 2011년 12월 구씨가 고객서비스 센터장으로 발령받은 직후 파견업체 소속 여직원들을 성희롱한 사실이 문제가 된 것이다.
구씨의 부적절한 행동은 회사에서도 이어졌다. 여직원들을 호명할 때 이름 대신 가슴 등 특정 신체부위를 별칭처럼 불러 당황하게 만들었다.
직원의 제보로 이 사실을 알게 된 회사는 확인조사를 하고 구씨에 대한 해고 처분을 결정했다.
이에 구씨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판정을 신청했으나 2012년 11월 기각됐다. 이에 구씨는 지난해 1월 "재심신청 기각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성희롱의 상습성을 인정하면서도 손·머리 등 평소에도 접촉할 수 있는 부위를 만졌고 신체부위를 별칭으로 불느 것은 악의없는 장난이었다는 점 등을 이유로해고처분이 과하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구씨의 성희롱 대상이 고용이 불안정한 파견업체 여직원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구씨는 센터장으로 직장 내 성희롱을 예방할 자리에 있었지만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자시느이 지시·감독을 받는 여직원들을 여러 차례 성희롱했다"며 "특히 단기 계약직으로 고용이 불안정한 파견업체 소속 여직원들을 주된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비위행위의 정도가 매우 중하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직장내 성희롱에 대한 '무관용 원칙'도 확인했다. 재판부는 "직장내 성희롱이 사회문제화된 후 1999년 2월 관련 법률에 성희롱 금지 및 예방교육·징계 등을 규정했다"며 "(그런 법적 규제 노력 등을 고려하면) 성희롱 행위가 단순히 왜곡된 사회적 인습이나 직장 문화에 의해 특별한 문제의식없이 이뤄졌다는 이유로 가벼이 여길 수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