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 정상회담이 있던 지난 3~4일. 저녁자리에서 만난 한 지인이 진지하게 물었다. 그의 질문의 취지는 한국과 중국이 '달콤한 사랑'을 속삭이기만은 할 수 없는, 마음 깊숙히 한켠에선 집에두고 온 조강지처도 생각해야 하고 또 적잖게 주판알을 튀겨야 하는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두 나라가 이미 밀월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언론에 보도되는 것에 대한 의문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자의 답은 "아직은 밀월관계가 아니다"였다.
이례적으로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찾은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으로 우리의 언론은 '시진핑 방한 특집'을 쏟아냈고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도 4주만에 반등하는 '시진핑 효과'를 톡톡히 냈다.
그러나 한국은 지금 제갈공명도 선뜻 헤쳐가기 힘든 '처세술의 미로'에 빠져있다. 실제로 시 주석의 방한은 '한중 밀월시대'의 진입이라기 보다는 중국이 한국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어려운 숙제를 던져주고 간 꼴이다.
모르긴 몰라도 우리 외교안보 수장들과 블루하우스에선 '야간자율학습'이라도 하며 머리를 싸매고 있을 것이다.
시진핑 주석이 한국을 '단독'방문하며 무겁게 싸들고 온 짐 보따리 안에는 '한반도 비핵화'에 '북한'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문제보다, 한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 참여나 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국 배치에 대한 강한 어조의 메시지로 가득 차 있었을 것이다.
한 중국전문가는 "중국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도 일본이 원해서라기 보다 미국이 원하는 데서 기인했다고 본다"며 "한국이 '사드'를 한국에 배치해도 좋다고 미국의 제안을 받아 들인다면 중국으로서는 말 그대로 전쟁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는 시스템인 '사드'가 사실상 미국 MD시스템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만약 한국에 설치하면 중국의 모든 미사일 시스템이 봉쇄된다고 보는게 중국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또 현재 미일 동맹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겠다는 것 역시 중국의 입장에서는 '한국의 사드 배치 허용'과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사실상 '사드'가 한반도 방어용이라고만 말하고 있는 미국의 말을 우리의 국방장관은 그대로 옮기고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한국의 상황에서 중국이 표면적으로 밀월관계를 '과시'하면서 까지 한국을 달래야 하는 상황은 '한중 밀월관계'가 얼마나 가식적인 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시 주석이 박 대통령에게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될 경우 한국은 중국과 같은 친구를 잃게 된다'는 메시지를 전했을 가능성을 점쳐보는게 어렵지 만은 않다.
실제로 정상회담 전인 지난 5월 29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한국, MD 유혹 넘어가면 중국과 관계 희생"이라는 논평을 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