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중국과 미국이 9일과 10일 2일동안 베이징에서 진행된 제6차 전략경제대화(S&ED)에서 치열한 기싸움을 벌였다.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10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략경제대화 폐막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대만과 시짱(티베트) 문제에서의 원칙적 입장을 반복하고 쌍방이 마땅히 상호 주권과 영토의 완전한 보호를 존중하고 각자가 선택한 발전방식을 존중할 것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동중국),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원칙적 입장을 거듭 밝히고 영토주권과 해양권익에 대한 수호를 강화할 것이며 동시에 당사자들과의 직접적인 대화협상을 통해 관련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은 미국에 대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을 견지하며 한쪽 편에 서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양 국무위원은 다만 "쌍방이 더욱 안정적이고 평화롭고 번영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아태 사무에 대해 소통과 협조를 더욱 강화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 대한 영유권 갈등 문제는 이번 전략경제대화에서 가장 관심을 끈 이슈 중 하나다.
양 국무위원과 함께 전략경제대화를 주재한 존 케리 국무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가장 주목할만한 이익은 바로 중미관계를 긍정적이며 건설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라며 이번 만남은 건설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또 "우리는 북핵 문제에서 사이버 안전, 기후변화, 야생동식물 불법교역 방지 등의 분야에서 중국이 파트너십을 위해 노력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기후변화에서는 몇 가지 구체적 진전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케리 장관은 이어 "미중은 사이버 정탐 문제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눴다"며 "사이버 스파이를 통한 지적재산 유실은 현실과 투자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영유권 현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AFP 통신 등 일부 외신에 따르면 케리 장관은 전날 양 국무위원과의 만남에서 해양질서를 지키고 인권을 보장할 것을 강하게 압박했다. 케리 장관은 중국이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새로운 현상 변경을 시도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경고하고, 미국은 중국 내에서 정치적 의견을 밝히는 사람들이 괴롭힘을 당하고 체포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으로 여긴다고 지적했다.
영토 주장과 영토이익을 일방적으로 내세워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케리 장관은 특히 중국이 가장 민감한 영역 중 하나로 여기는 티베트와 신장 등의 문제도 대해서도 문화, 종교, 인종적 권리를 보장하라며 압박했고, 미 정부 관료는 케리 장관의 이런 태도에 대해 "자제하지 않았다"고 표현했다.
케리 장관이 이번 대화를 총결산하는 기자회견에서 영유권 관련 논의 내용을 전혀 거론하지 않은 것은 이번 협상에서 중국 측으로부터 이 문제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전혀 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양국이 이번 접촉에서 경제투자협정을 가속화하기로 하고 기후변화와 야생동식물 불법교역 방지를 위한 협력을 강화키로 한 점, 대규모 군사훈련 등에 관한 '핫라인'을 조기 구축하기로 한 점 등은 성과로 꼽힌다.
양 국무위원은 이날 양국의 '신형군사관계' 구축을 거론하며 양국은 이번 회담에서 양국 군의 관계발전과 교류협력을 증진하고 중대한 군사행동에 대한 상호통보 시스템을 조속히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