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 프랑스가 미국에게 달러 패권주의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 프랑스 최대은행인 BNP파리바가 미국 당국으로부터 사상 최대의 벌금 폭탄을 맞으면서 정부는 달러에 불쾌함을 표시했다.
미셸 사팽 프랑스 재무장관은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를 통해 글로벌 교역에서 지불 통화가 달러로 편중돼 통화시스템의 불균형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사팽 장관은 BNP파리바 사례를 언급하며 "통화의 다양성이 얼마나 필요한지 깨닫게 해줬다"고 전했다.
사팽 장관은 "우리는 비행기 등 물건을 팔때도 달러로 계산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정말 필요할까. 유로 뿐만 아니라 신흥국 통화 등 재균형이 가능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글로벌 무역시장에서 쓰이는 비중이 커진 통화들이 여전히 달러에 가려져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서 달러 패권화를 지적하고 대안화폐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의 한 대기업 CEO도 사팽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대부분 달러로 팔지만 곤경에 취하기 쉽기 때문에 미국 규제를 적용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솔직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 같은 볼멘소리가 새어나는 건 BNP파리바의 벌금 소식이 전해진 이후다. BNP파리바는 미국의 제재국과 여러차례 거래한 것이 포착돼 90억 달러(약 9조900억원)의 벌금을 내야한다. 프랑수아 올랑드 정권은 대규모 벌금을 줄이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음에도 BNP파리바는 사상 최대의 벌금을 피해지 못했다.
이에 샤팽 장관은 달러화 패권주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해외 부채와 예금 절반 이상이 달러이며 외환시장에서 거래된 달러는 하루 5조 달러에 달한다. 이는 전체 거래규모의 87%에 해당한다.
교역 지불통화의 다양성을 요구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달러화 패권주의에 대한 지적이 있었으나 많은 국가들이 미국 국채시장의 유동성과 안전성 등을 대체할 통화가 없다고 보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들의 외환보유고의 60% 이상을 달러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축통화 위상을 흔들긴 어렵다고 FT는 설명했다. 일부 프랑스 정부 관계자들은 글로벌 무역시장에서 유로의 사용이 제대로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를 우려하기도 했다.
지난주 샤팽 장관은 프랑스 정부가 1000억 유로(137조원)의 국영기업 지분을 팔아치울 것이라고 전했다. 아직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 언급하진 않았으며 자금이 부채를 줄이고 재정 건전성을 강시키는데 쓰일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1분기 프랑스의 국개 부채는 2조 유로로 국내총생산(GDP)의 90%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