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 필요성 발언으로 통합논의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으로 하나금융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으나 외환은행 노동조합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돼 한바탕 내홍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통합 추진 발언 배경은?
외환은행 노조의 반발이 뻔히 예상되는 데도 불구하고 김 회장이 작심한 듯 이같이 발언한 것은 조기 통합을 통해 외환은행 합병 이후 금융권 일각에서 제기돼온 시너지효과 반감 우려를 하루라도 빨리 씻어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조속히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생존기반을 다져야만 한다는 CEO로서의 책임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우공 하나금융 부사장 역시 "너무 오랫동안 투 뱅크 체제로 있어 합병 시너지효과가 지연된다는 우려가 많다"며 "외환은행은 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비용이 지출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국내 7개 시중은행의 순이익은 2011년 9조5000억원에서 2012년 5조8000억원, 지난해 4조원으로 줄었다.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도 2011년 2.2%에서 지난해 1.73%로 쪼그라들었다.
하나금융의 지난해 순이익은 9339억원으로 신한금융그룹의 순이익인 1조9028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특히 외환은행의 경우 지난해 순이익이 3600억원으로 지방은행인 부산은행(3070억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나금융이 인수하기 직전인 2011년 순이익이 1조6220억원 달했던 점을 고려하면 77.8% 줄어든 셈이다.
2011년 상반기와 지난해 하반기 구조적 이익(이자이익+수수료이익-판매관리비) 감소폭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각각 31%, 40%로 신한은행(28%)에 비해 크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김 회장이 외환은행 노조의 반발을 무릅쓰고 조기 통합 논의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너지 효과 vs 신뢰 저하·채널 갈등
하나금융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을 통해 비용 및 이익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비용 시너지의 경우 비교적 많은 금액이 투입되는 IT비용을 줄이고 통합으로 인한 가격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IT비용의 경우 통합을 통해 연간 세전 3000억원 가량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지점 및 자동화기기(ATM) 등 따로 운영하던 요소들을 하나로 묶을 경우 가격 경쟁력이 생겨 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익 측면에서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또는 하나금융 계열사와의 연계영업을 통한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하나은행의 경우 프라이빗 뱅킹(PB) 등 자산관리(WM)에 강해 외환은행에 접목할 경우 그동안 부진했던 WM, 보험, 방카슈랑스 등의 부분에서 적극적인 영업에 나설 수 있다"면서 "외환은행 역시 수출입 업무에 강점이 있어 하나은행에 접목하면 수출입 업무 관련 이익이 증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환은행과 거래 중인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할 경우 계열사인 하나대투증권이 주관사를 맡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기대효과가 장밋빛 일색인 것은 아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하나금융이 2012년 인수 당시 선언한 독립경영 약속을 스스로 파기하는 것인 만큼 신뢰성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하나금융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과거 삼성그룹이 상용차 시장에 진출하면서 승용차 시장에는 진출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결국 이를 어기고 진출한 것과 비슷하다"며 "하나금융의 신뢰성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무리한 통합 추진으로 하나금융 내부에서 채널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섣부른 통합 추진으로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처럼 지속적인 채널 갈등을 겪을 수 있다"며 "조직 간 갈등이 깊어진 상황에서 채널 갈등이 고질적으로 발생하면 양 조직 모두의 발전을 해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