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 많은 지식재산도 꿰어야 보배

2014-06-3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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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철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김한철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사진=기술보증기금 제공]

'티키타카' 축구의 몰락. 스페인의 16강 탈락은 월드컵 최대 이변이다. 내로라하는 스타급 선수들이 총 출전했지만, 이들을 잘 고르고 운영하는 팀 전술에 따라 각국의 희비가 엇갈린다. 투자금융사 ING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스페인은 선수들 개개인 몸값의 합이 9360억원에 이르는 초호화 군단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이들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보배가 될 수 있는데, 이번 월드컵에서 스페인 팀의 운영은 그야말로 낙제점이다. 전술실패, 전술의 노출, 선수기용 실패 등으로 세계1위 몸값의 선수들은 좋은 구슬일지는 모르지만 보배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우리나라 기술금융도 스페인축구에서 타산지석을 삼아야 한다. 한해 특허출원 20만건, 세계5대 지식강국. 우리나라 지식재산(IP)에 대한 화려한 성적표이다. 매년 정부는 R&D 예산으로 17조원 이상을 지원하고 이를 발판으로 대학, 연구소, 기업들은 엄청난 지식재산권을 양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사업화하고 성공하는 비율은 기껏해야 3%에 불과하다. 수많은 지식재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모습은 설사 호화군단 스페인팀의 초라한 성적과도 같아 씁쓸하다.

2007년 스티브잡스는 기존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기술을 감성적인 디자인으로 꿰어내어 스마트폰이라는 보배를 선보였다. 실로 오픈 이노베이션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가져오며, 창업 생태계에도 큰 바람을 일으켰다. 스마트폰을 통해 태어난 카카오톡은 2010년에 서비스를 시작하여 불과 4년 만에 기업가치가 수조원에 이르는 회사로 성장하였고, 카카오톡 플랫폼을 통해 다시 새로운 회사와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잘 꿰어낸 지식재산의 효과가 국가생존 전략으로까지 발전한 것이다.

이제 세계경제는 창조경제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 정부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는 아이디어가 사업이 되고, 이를 통해 많은 사람이 일하고 잘 살 수 있는 창조경제의 플랫폼을 만들고자 한다.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이 기술금융의 힘을 빌어 사업화 성공률이 높아질 때 국가의 경제적 부가가치는 높아진다. 그 동안의 정부시책과 특허권취득에 대한 열의로 지식재산 창출은 어느 정도 성과를 내어왔다. 이들 아이디어와 지식재산을 평가하고 이를 담보로 대출을 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금융과는 다른 기술금융이다.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수많은 지식재산을 잘 꿰어서 보배로 만드는 역할을 기술금융이 해야 한다.

정부는 하반기부터 기술금융을 활성화하기 위해 기술정보데이터베이스(TDB)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술을 평가해 등급을 정하는 기술신용평가회사(TCB)를 지정하여 운영할 예정이다. 우리기업이 가지고 있는 무형자산의 가치를 발굴하고 창조경제를 구현한다면 우리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기술보증기금도 1997년부터 기술평가제도를 도입하고 무형의 지식재산을 평가해 왔으며, 기술신용평가회사(TCB)로 참여하여 그간의 평가기법을 활용할 예정이다.

기업의 가치는 유형의 재산과 무형의 재산을 합해서 산출된다. 미국 주요기업들의 무형자산 가치는 회사 전체자산의 80%를 넘어선다고 한다.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무형자산 가치는 30%에 불과하다. 우리기업들에 무형자산이 존재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금융이 무형자산의 가치를 평가할 역량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금융은 눈에 보이는 부동산과 같이 유형의 담보를 평가대상으로 대출을 심사했다면 이제는 세계경제의 패러다임에 맞추어 우리금융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이다. 이제는 서말의 구슬보다는 가치 있는 한 개의 보배를 만들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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