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사극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배우 유동근과 왕 전문 배우 임호, 연기 잘하기로 소문난 조재현 등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여 만든 KBS1 대하드라마 '정도전'이 29일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시청률은 19%(닐슨코리아 기준). 지난 5월 11일 기록했던 최고 시청률(19.8%)과 비교하면 조금 모자라지만 동시간대 방송됐던 MBC '호텔킹'(9.9%)과 SBS '끝없는 사랑'(8.3%)에 비하면 압도적이다.
이날 방송에서는 정도전이 이방원의 손에 죽음을 맞는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반영한 결말이 그려졌다. 왕자의 난을 일으켜 정도전(조재현)을 제거한 이방원(안재모)의 모습이 그려진 것. 이방원의 손에 최후를 맞은 정도전은 "나라의 주인은 백성이다"라는 말을 남겼고, 세자 이방석까지 살해하며 신념을 위한 행보를 이어 결국 강력한 왕권 정치를 시행하는 이방원의 모습까지 세세히 그려졌다. 시청자는 결말을 알면서도 봤고, 그의 죽음에 함께 눈물을 흘렸다.
지난 1월 4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6개월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한 '정도전'은 정통사극의 승리라는 새 타이틀을 얻었다. 사실에 입각한 철저한 고증이 밑바탕 됐고, 믿고 보는 배우들의 호연, 게다가 '거상 김만덕'의 강병택 PD와 '굿닥터'의 이재훈 PD의 하모니가 더해져 웰메이드 드라마가 탄생했다. 이를 방증이라도 하듯 시청률은 회를 거듭할수록 고공행진 했다.
강병택 PD는 "드라마 제작발표회 당시 인터뷰에서 'KBS만이 할 수 있는 드라마가 뭔지 보여주겠다, 대하드라마가 왜 필요한지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밝혔었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이 말의 의미를 지켜낸 것 같아 뿌듯하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정치사극에 대한 시청자의 갈증을 해소한 '정도전'은 여말선초의 시기가 배경이 되면서 지금을 난세라 여기는 불편한 심기까지 대신했다. 까다로운 시청자의 눈을 만족시키며 신드롬을 일으킨 '정도전'은 정통사극의 부활을 넘어 승리가 됐다. 후속으로 내년 1월 방송되는 '징비록'(가제, 임진왜란 속에서 류성룡이 남긴 교훈을 담은 책)이 '정도전'의 기운을 이어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