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광연 기자 =동부그룹의 비금융계열사 지주회사 역할을 맡고 있는 동부 CNI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면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이미 채권단이 동부제철에 대한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방안 논의에 착수한데 이어 동부CNI의 법정관리 가능성까지 높아지며 동부그룹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7일 동부CNI는 만기도래 회사채를 차환 발생하기 위해 추진하던 25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생을 자진 철회했다. 이는 그룹 전체의 구조조정 위기에 따른 신용등급의 하락과 금융감독원이 투자위험을 보완하도록 증권신소서의 정정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악재가 이어지며 회사채 발행이 사실상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동부CNI측은 “담보부사채 발행으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사실상 무산된 상태”라며 “보유현금 및 가용자산 등을 활용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를 상환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동부CNI가 자체 자금능력만으로는 회사채 만기도래분 500억원을 모두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시스템통합(SI) 기업인 동부CNI는 동부제철(14.02%)과 동부하이텍(12.43%), 동부건설(22.01%), 동부팜한농(36.8%) 등 주요 비금융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며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만기 도래 회사채를 막지 못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동부그룹의 여타 제조 계열사로 위기가 확산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차입 구조상 채권단 구성이 쉽지 않아 은행권 여신 비중이 높은 동부제철과 같이 개별 회사 단위로 채권단의 별도 지원을 끌어내기는 어렵다는 상황도 부담요인이다. 동부CNI의 지난 6월 말 기준 총차입금은 2522억원이지만 이 중 은행대출은 342억원에 불과하며 제2금융권(680억원)과 공보회사채(1500억원)의 비중이 큰 상황이다. 채권단 지원 보다는 그룹 차원의 해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단 동부그룹은 동부CNI의 법정관리 가능성을 일축했다. 개인투자자 피해 방지를 위해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채권단과 협의해 회사채 상환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동부CNI의 법정관리 신청이 사실상 동부그룹의 비금융사업 포기를 의미하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법정관리 만큼은 막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의 사재 출연과 장남인 동부제철 김남호 부장의 동부화제 지분 담보제공 문제가 진전을 보이면 동부CNI의 유동성 위기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김 회장측에서 금융계열사 지분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금융 부문을 제외한 비금융 계열사들의 사실상의 ‘해체 수순’이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일부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회사채를 사들인 개인투자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 동부CNI의 법정관리를 방치하지만을 않을 거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채권단이 워크아웃 등의 형태로 동부CNI를 돕는 것은 어렵다”며 “그룹 내에서 상환 해법을 찾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