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드래곤플라이 사기 사건’, 게임 업계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야…”

2014-06-23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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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억원 손실로 경영 악화 및 신사업 침체…외부 전문가 영입 및 내부 검토 ‘필수’

[드래곤플라이]


아주경제 정광연 기자 =‘스페셜포스’ 등으로 유명한 국내 중견게임사 드래곤플라이가 신사업 추진 과정에서 123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사기 당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사기로 인한 손해는 이미 지난 2013년에 손상 처리됐지만 피해액 환수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기업 경영에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드래곤플라이가 이번 사기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지만 충분한 내부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점 역시 손실을 초래한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해 게임 업계서는 신규 사업 추진시 다각적인 시장 분석과 전문가 영입 등을 통한 빈틈없는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신중론’이 강조되고 있다.
◆날아가버린 123억원, 드래곤플라이 미래 ‘불투명’

지난 22일,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는 도서수입 사업비 명목으로 드래곤플라이로부터 123억원을 투자받아 가로챈 혐의로 도서수입업체 대표 정모(43)씨 등 3명을 구속기소하고 범행에 가담한 또 다른 도서수입업체 대표 임모(49)씨 등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 등은 2011년 3월부터 2012년 6월까지 드래곤플라이로부터 총 123억원에 이르는 거액을 해외 유명 도서 판권을 확보해 국내 어학원 등에 납품한다는 명목으로 가로챈 것으로 나타났다.

정씨 등은 함께 구속된 당시 드래곤플라이 사외이사인 안모(48)씨를 포섭해 사기 행각인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드래곤플라이측은 안모씨는 당시에도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단순 사외이사였을 뿐이며 현재 자신들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인물이라며 내부 연루설을 강력 부인했다.

문제는 123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손실을 회수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검찰 관계자는 “100억원 이상을 이미 술값과 명품 구입, 개인 채무 등에 써버려 변제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 1분기에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6.7%와 37.5% 감소한 50억원의 매출과 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실적 부진에 빠졌던 드래곤플라이는 이번 사기로 심각한 위기에 봉착하게 됐다.

회사측은 사기로 인한 123억원의 손실금이 이미 지난 2013년 손상 처리돼 실질적으로 현 경영 상황에 큰 영향을 미치치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230억원의 매출(전년 대비 100억원 감소)과 2억원(전년 대비 95% 감소)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경영난에 휩싸인 드래곤플라이로서는 신사업 동력인 교육 콘텐츠 부문에서 예상치 못한 악재에 발목이 잡히는 상황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드래곤플라이측은 공식 게시물을 통해 “공격적인 사업 다각화 과정에서 의도치 않은 사건으로 염려를 끼친 점 사과드린다”며 “안정적인 교육 콘텐츠 개발과 온라인게임의 공격적인 시장진출, 신규 모바일게임 출시로 성장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철저한 사업 검토 후 신규 시장 진출해야

드래곤플라이가 사기로 인해 123억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을 허무하게 날려버리면서 게임 업계에서는 신규 사업 투자와 관련된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게임 산업의 침체로 다른 산업군에 대한 투자를 계획하는 게임사들이 늘어나면서 드래곤플라이 사건과 유사한 사태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업계 전문가 사이에서는 상당수의 게임사들이 자사가 보유한 인프라 및 노하우와 연관된 사업에 손을 대고 있다는 점을 들어 드래곤플라이와 같은 악재가 연이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실제로 최근 가장 공격적인 신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NHN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온라인 예약 서비스 기업인 티켓링크(인수 대금 미공개)와 데이터 베이스 보안업체인 피앤피씨규어(인수 대금 약 600억원) 등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기존 사업과의 연계성 및 ‘윈-윈 전략’을 최우선으로 강조한바 있다.

NHN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회사의 목표는 우수한 기술력과 컨텐츠를 가지고 있는 중소기업에게 IT인프라 및 기술을 제공해 동반 성장하는 것”이라며 “게임 사업의 비중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사업 다각화를 통해 더 큰 성과를 거두려는 전략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자본의 여유가 있는 일부 게임사 역시 사옥 확보나 중소개발사 지분 투자, 벤치 기업 초기 투자 등을 선택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제2의 드래곤플라이 사건 발생의 가능성이 높지는 않아 보인다.

하지만 상당수의 게임사들이 신규 매출원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어 새로운 사업 추진시 위험요인과 돌발변수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내부 프로세스가 반드시 확보되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드래곤플라이가 사기 행각의 피해자이기는 하지만 123억원이라는 거액을 허무하게 잃었다는 건 충분한 시장 분석 및 내부 검토가 없었다는 방증”이라며 “주먹구구식 사업 확장이 아닌 외부 전문가 영입 및 다각적인 분석을 통한 철저한 내부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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