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명철·권경렬 기자 =정부의 불필요한 규제 개선 방침과 건설업계의 지속적인 요구에 따라 주택 청약제도가 전면 개선에 들어가게 된다. 주택시장 환경 변화로 수요자들의 청약 패턴 또한 변화하면서 유명무실해졌거나 불합리한 부분을 손보게 되는 것이다.
먼저 현재 4종으로 나눠져 있는 청약통장의 통합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다. 주택 보유 수 차별 금지와 주택구입 기회 확대를 위한 가점제 및 청약 자격도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급규칙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에 들어가는 것으로 용역 등을 거쳐 결과를 도출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약제도는 그동안 꾸준히 조정 과정을 거쳤다. 지난해 4·1 대책을 통해서는 유주택자에게 가점제 청약 1순위를 부여하고 전용 85㎡ 초과는 가점제를 폐지한 바 있다. 올 3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도 민영주택 청약가점제, 청약자격 요건 등 청약제도를 개선해 진입장벽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추진이 유력한 방안으로는 청약저축·청약예금·청약부금·주택청약종합저축의 통합이다. 2009년 일명 ‘만능통장’ 종합저축의 도입으로 다른 통장 가입의 실익이 없어졌고 제도가 복잡해 불편을 준다는 판단에서다. 청약저축·예금·부금 통장의 신규 가입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주택 보유 수 차별이 개선되면 다주택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던 일부 가점제 항목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국토부는 현재 주택청약 가점제 적용기준 개선을 위한 연구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가점제 청약에서 유주택자도 1순위에 접수할 수 있지만 주택공급에관한규칙 제2조를 보면 소유주택수가 감점 항목에 포함돼 2주택자 이상은 감점을 받게 된다. 무주택자 보호 차원으로 포함된 것이지만 다주택자 관련 규제로 꼽힌다.
주택거래신고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보금자리주택지구에서 공급하는 주택은 지금도 유주택자는 청약 1순위 자격을 얻지 못하는 부분도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주택거래신고지역·투기과열지구의 경우 현재 지정된 곳이 없어 유주택자에게 1순위 자격이 주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수요자의 주택구입 기회 확대라는 취지에서 청약자격도 일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주택건설업계는 현재 청약 1순위 자격을 청약저축 가입기간 2년 이상에서 1년 이상으로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6개월인 지방과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청약 2순위 접수 폐지론도 불거지고 있다. 지방에서는 이미 2순위 자체가 없어진 상황이다. 지난해 4·1대책 이전까지 지방 1순위와 2순위 자격은 청약기간(6개월)은 같고 주택 소유 여부에 따라 구별됐다. 이후 유주택자도 1순위 청약이 가능해지면서 1순위와 2순위 자격이 같아진 것이다.
서울·수도권은 청약기간에 따라 1~3순위 접수를 받고 있지만 지금도 2순위 접수는 1순위와 같은날 받는 경우가 많고 신청자도 많지 않은 상황이다. 1순위 자격이 12개월로 완화되면 2순위(6개월 이상)와의 차이는 더욱 좁혀져 2순위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청약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에 동의하면서 시장 활성화를 위한 유연성 있는 적용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우리투자증권 김규정 부동산연구위원은 “청약제도는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고 청약심리를 유발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며 “1순위 기간을 줄이거나 시장상황·소득수준에 따른 차등을 둘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주택산업연구원 권주안 선임연구위원은 “시장 수요가 많이 위축돼 기존 청약제도 시스템으로는 시장이 대응할 수 없으니 큰 틀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며 “민간이 공급하는 주택은 조금 더 자유롭게 청약제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고 제안했다.
청약제도 손질에 따른 시장 혼란 우려도 나왔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청약자격 완화 시 투기자금이 많이 들어오면서 이상 과열 및 양극화 현상을 빚을 수도 있다”며 “시장 교란기능을 줄이면서 수요유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국대 심교언 부동산학과 교수는 “청약을 단순 주택 구매뿐만 아니라 임대주택 등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가족부양이나 신혼부부 등 요건 외에도 투기 수요를 잡아낼 수 있는 지역별 소득 기준 도입도 필수”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