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지의 리얼괴담] 시청률 공약, 지킬 수 없었던 약속들

2014-06-04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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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노린 스타들의 주워담지 못한 말

'왕가네 식구들', '장옥정' [사진=KBS, SBS]

아주경제 이예지 기자 = 스타들의 시청률 공약. 그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2010년으로 되돌아간다.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이정섭 PD가 시청률 40%(닐슨코리아 기준·이하 동일) 돌파 시 연기자·스태프에게 한우를 대접하기로 한 것이 시초가 됐다. 그때부터 스타들은 각종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첫 방송 전 시청률 공약을 내걸고 순항을 기도했다.

지난해 '응답하라 1994'의 정우와 유연석, 도희 등이 프리허그 공약을 이행했고, 최근 종영한 드라마 '기황후'의 하지원도 20% 돌파를 기념으로 약속했던 샴페인 파티를 벌였다. 이외에도 '금 나와라 뚝딱'의 한지혜,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윤상현이 각각 커피 배달과 막춤 공개 약속을 지키며 팬들과 가까운 곳에서 만났다.

이처럼 스타들이 시청률 공약을 내놓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대중의 관심을 유도하고 '약속을 지키는 스타'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한다. 시청률이 높아 공약을 지킬 수 있게 되면 프로그램도 살리고 스타와 대중이 더욱 가까운 곳에서 소통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기회다.

우려스러운 것은 지킬 수 없는 공약을 내놓는 스타들이 있다는 것. "1위를 하면 하와이 여행을 보내주겠다"라든지 "시청률 50% 돌파 시 맥주를 쏘겠다"와 같은 다소 허무맹랑한 공약을 내놓으면서 예쁘게 봐달라고 부탁하는 스타들의 태도는 한번쯤 생각해볼 만하다. 다른 것은 차치하더라도 '누구에게' 이행하겠다는 구체성이 생략되면서 드라마를 사랑하는 시청자 전체에게 내거는 공약 같은 인상을 준다.

실제로 공약을 지키고 싶어도 지킬 수 없었던 스타가 있었다. 시청률이 예상외로 저조하다거나, 내부 상황이 좋지 않아 내뱉은 말을 주워담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

48.3%(닐슨코리아 기준·이하 동일)라는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린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 팀은 첫 방송에서 30%를 돌파하면 크레용팝의 '빠빠빠'를 추기로 했다. 전작 '최고다 이순신'의 뒷심을 이어받으면 충분히 가능할 거라는 예상에서 내건 공약이었지만 첫 방송에서 19.7%의 예상외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배우들이 함께하는 '빠빠빠' 무대를 볼 수 없었다.

배우 유아인의 막춤을 볼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이하 '장옥정') 제작발표회에서 유아인은 "막춤을 추겠다"고 약속하며 시청률 30%를 노렸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30%는커녕 20% 언저리에도 가지 못했다.

드라마를 볼 수 있는 매체가 다양해지면서 시청률 30%가 꿈의 숫자가 된 지금 '왕가네 식구들' 팀과 유아인이 내건 공약은 욕심으로 보인다. 시청자와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보다 안방극장 장악으로 인지도 높이기에 급급한 태도로 보일 수밖에 없다.

한 방송 관계자는 "가수들도 컴백 전 음악프로그램 1위 공약을 내놓을 정도다. 최근에는 연예인들이 프로그램 시작 전 시청률 공약을 내걸지 않으면 시시하다고 할 정도"라면서 "시청자와 가까운 곳에서 소통하는 것은 좋지만 지킬 수 있는 약속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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