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호선 도곡역 방화 “방화범, 취재진에 웃는 얼굴로 손 흔들어” '섬뜩'

2014-05-28 18:30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기수정 기자= 70대 노인이 서울 지하철 3호선 전동차 객차에 불을 지르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재판 결과에 불만을 가진 데 따른 범행이었다.  

28일 오전 10시 52분쯤 서울 강남구 도곡동 지하철 3호선 매봉역에서 도곡역으로 향하던 339전동차 3399객차에 타고 있던 조모(71) 씨는 미리 준비한 인화물질에 불을 붙였다.

1ℓ짜리 시너 11통과 부탄가스 4개, 과도 1개를 담은 가방 두 개를 갖고 있던 조씨는 4호차 앞쪽 노약자석에 앉아있다가 방화를 시도했다.

그는 시너가 담긴 통 11개 중 5개의 뚜껑을 열었고 가방을 발로 넘어뜨려 객차 바닥에 쏟은 뒤 라이터를 켰다.

당시 객차 내에는 승객 50여 명이 타고 있었다. 

조씨는 때마침 해당 객차에 타고 있던 서울메트로 매봉역 역무원 권순중(46) 씨 등이 비치돼 있던 소화기로 불을 끄려고 하자 진화를 방해했다.

해당 전동차는 도곡역 승강장에 절반 정도 들어간 상태에서 멈췄고 승객 370여 명 중 270여 명은 도곡역 역사를 통해, 100여 명은 선로를 따라 인근 매봉역을 통해 밖으로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명피해는 거의 없었고 화재는 8분 만인 11시 정각에 완전히 진화됐다. 달아난 조씨는 30여분 만에 인근 화상전문병원에서 검거됐다.

하마터면 제2의 대구 지하철 참사로 이어질 뻔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경찰 조사에서 조씨는 치밀한 계획에 따라 방화를 시도했다고 실토했다. 

광주광역시 동구에서 25년째 유흥업소를 운영 중인 조씨는 지난 2000년 업소 안으로 정화조가 역류해 피해를 입었고 건물주를 상대로 10여년간 소송을 벌여 승소했지만 기대했던 금액(4억∼5억 원)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천만 원대의 배상금만 받게 돼 이 같은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억울한 사항을 가장 효과적으로 알릴 방법을 고민하다가 최근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사고를 보고 지하철에서 불을 내면 언론에 잘 알려지겠다고 생각해 분신자살을 기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환자복을 입은 채 경찰에게 붙들려 나오는 과정에서 취재진에게 웃는 얼굴로 손을 들어 보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민을 분노에 빠뜨렸다.

경찰은 조사가 끝나는 대로 조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