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기업부실 사전방지 제도, 최소한으로 운영돼야”

2014-05-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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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최근 정부 주도의 ‘기업부실 사전방지 제도’ 개선 방안이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들의 재무·영업상 어려움을 오히려 가중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해당 기업이 정부의 채권은행을 통한 감시대상에 포함될 경우 시장의 ‘낙인효과’가 발생해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신규투자도 지연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상황이 경기회복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해당 제도가 꼭 필요한 그룹에 한해 최소한의 강도로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불황의 여파로 대기업 구조조정이 늘어나면서 금융위원회는 올들어 ‘기업부실 사전방지 제도’를 강화했다. 이에 따라 재무구조 평가방식의 변화, 관리대상계열 신설 등이 이뤄졌는데, 이들은 모두 ‘취약한 대기업 그룹이 제 때 감시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고 전경련은 분석했다.

전경련은 “이러한 제도변화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감시대상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개별그룹의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아 재무구조에 문제가 없는 그룹들까지 불필요한 관리를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줄이기 위한 평가방식의 개선점 및 관리대상계열 제도의 운영상 보완점을 제안했다.

먼저, 기업들은 현행 부채비율 중심의 재무평가가 개별그룹의 다양한 사정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업종에 관계없이 부채비율이 높아질수록 재무구조개선약정(이하 재무약정) 체결을 피하기 위한 기준점수가 함께 높아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평가부터 커트라인이 세분화돼 항공·해운 등 대규모 투자로 인해 부채비율이 높은 특성이 있는 장치산업들은 더욱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되었다.

홍성일 전경련 금융조세팀장은 “이러한 평가구조는 여신회수 가능성에만 주목한 결과”라면서 “그룹의 주력업종에 따라 부채비율 구간을 다르게 설정하여 기준점수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부채비율 산정시 그룹 내 ‘모든 기업의’ 재무제표를 합산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기업 관계자는 “워크아웃, 법정관리 하에 있는 일부기업으로 인해 전체의 평가결과가 나빠져 그룹 내 우량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이러한 연대책임을 피하기 위해 워크아웃 등 별도의 관리를 받고 있는 기업은 재무제표 합산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주채무계열의 기업부실 사전방지제도 개선내용 중 하나인 비재무평가의 ‘계량화’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를 나타냈다. 정성적으로 평가되었던 7개 항목 각각에 대해 이번부터–2∼+2점의 점수가 매겨지는데, 기업들은 비재무평가가 ‘감점요인’으로만 작용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 관계자는 “재무평가에서 기준점수를 넘더라도 비재무평가에서 최대 –14점까지 깎일 수 있어 최종적으로 불합격 판정을 받을 수 있다”며, “지금껏 비재무평가시 장점보다는 단점이 두드러졌는데, 주채권은행이 재무성적이 저조한 그룹에 대해 미래 성장성 등을 이유로 정부의견에 반하는 가산점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이러한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비재무평가를 포함한 전체 평가결과가 공개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재무평가와 달리 비재무항목까지 반영된 종합의견은 공개되지 않고 있는데, 이제는 비재무요소가 ‘점수’의 형태로 재무약정 체결여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해당사자인 기업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그 결과를 반드시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부터는 재무약정을 체결할 수준은 아니지만, 그에 근접한 점수를 받은 그룹을 ‘관리대상계열’에 포함시켜 주채권은행과 별도의 약정(정보제공약정)을 체결토록 했다. 기업들은 관리대상계열 신설이 ‘재무약정 체결그룹 확대’와 동일한 결과를 낳을 것이란 입장이다.

기업 관계자는 “관리대상계열은 재무약정 그룹보다 평가점수가 높지만, 시장에서는 구태여 이 둘을 구분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재무약정 그룹과 마찬가지로 낙인효과에 따른 신용등급 하락, 조달금리 상승 등이 일어날 수 있어, 관리대상계열의 선정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보다 엄격한 선정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현행 재무구조 평가만으로 관리대상계열을 정하지 말고 후보그룹에 한해 외부기관(회계법인, 신용평가사 등)의 종합평가를 한 번 더 받도록 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기업 관계자는 “현재의 재무구조 평가체계가 한계를 갖고 있는 만큼, 제3자가 기업의 성장성, 미래 사업환경, 재무구조 개선가능성 등을 재판단하여 상태가 양호한 그룹에 대해서는 정보제공약정 체결을 유예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경련은 불황기 정부의 재무구조 개선의지가 ‘위기확산 방지’와 ‘기업활동 위축’의 양면성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홍 팀장은 “지금의 평가체계 하에서는 기존 사업에 안주하는 기업보다 적극적인 투자로 성장을 도모하는 기업이 오히려 부정적 평가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하고, “최근 회복조짐을 보이던 소비가 다시 위축된 상황에서, 일률적인 재무구조 개선유도로 호황기를 겨냥한 기업의 선제적 투자가 좌절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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