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칠레 일간지 엘 파이스(El Pais)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미첼 바첼레트(사진) 대통령은 “성폭행에 의한 임신이나 산모의 생명이 위험할 경우, 태아의 생존 가능성이 낮은 경우에 한해 낙태를 허용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첼레트 대통령은 “낙태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문제에 대한 논의가 더는 금기시돼선 안 된다”며 보수우파 진영과 가톨릭계가 반대하지만 낙태 합법화를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바첼레트 대통령은 현지 TV 방송과의 회견에서도 “나는 어린이를 사랑하는 소아과 의사로서 모든 의견을 존중할 것”이라며 “이 문제를 계속 ‘터부’로 남겨두는 것은 민주주의에 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첼레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낙태의 제한적 허용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칠레에선 지난 1931년부터 치료를 위한 낙태는 허용돼 왔다. 그러나 피노체트 정권은 1989년 보건법을 개정해 낙태를 전면적으로 금지했다.
이에 따라 현재 칠레에선 낙태수술을 하다 적발되면 환자와 시술자 모두 징역 3∼5년형에 처해진다.
2012년엔 의회에 낙태 금지 조항을 완화하는 법안이 3건이나 발의됐다. 그러나 모두 통과되지 못했다. 칠레는 가톨릭 성향이 강한 나라로 낙태 등의 있어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가 강하다.
칠레에서 낙태 허용 문제가 주요 쟁점이 된 가장 직접적인 계기는 미성년 소녀가 성폭행을 당해 임신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것이다.
지난해 7월 남부 푸에르토 몬트 지역에선 당시 초등학교 5학년 소녀(11)가 어머니의 남자친구로부터 약 2년 동안 상습적으로 성폭행당해 임신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어 13세 소녀가 7세 때부터 친아버지로부터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해 임신했고 아들을 출산한 사실이 드러나 큰 충격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