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부원·문지훈 기자= 단위 신용협동조합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금고로 활용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신협을 비롯한 상호금융기관에 대한 관리·감독 체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유 전 회장 일가 및 관계사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특별검사 과정에서 여신 취급, 사후관리, 외환거래, 회계처리, 보험계약 적정성에 대한 특혜 및 유용, 해외도피 정황 등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일부 신협은 유 전 회장을 비롯한 일가족 4명에게 2006년부터 2012년까지 66억원을 송금하는 등 사실상 신협이 사금고 역할을 한 정황이 포착됐다.
신협 측은 66억원 송금과 관련 "세모신협 명의의 타은행 계좌를 이용했을 뿐 신협 자금이 유출된 게 아니다"며 "66억원은 송금 의뢰인인 유병언 및 관련자 명의의 7년간 누적된 부정기적 송금거래 총액"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722억원은 전체 금융권에서 발생된 총 실행금액으로 신협의 대출금액은 이중 극히 일부"라며 "기독교복음침례회 송금 내용 역시 조합원들이 개인 신용도에 따라 개인적으로 대출받아 이뤄진 금융거래에 불과해 부당한 거래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신협은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상호금융에 대한 관리감독체계를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동안 상호금융의 주무부처가 제각각이란 점이 문제로 지적되곤 했다.
신협은 형식상 금융위원회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다. 이에 비해 농업협동조합과 수산업협동조합의 주무부처는 각각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로, 건전성 감독 부분에 대해서만 금융당국의 지도를 받는다.
하지만 실제로 당국으로부터 감독기능을 위임받아 대행하고 있는 각 상호금융의 중앙회에 사실상 수백개에 달하는 단위 조합을 직접 관리·감독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이렇다보니 금융당국은 평소 상호금융기관에 대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가 사고가 터진 이후에나 뒤늦게 특별검사 형식으로 들여다보는 관행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관리감독 역할을 대행하는 중앙회 역시 당장 검사인력만 봐도 제대로 관리감독을 이행하기 힘든 구조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말 기준 신협의 조합수와 검사인력은 각각 949개, 70여명이다. 검사인력이 조합수의 7.4%에 불과한 실정이다. 각 지역본부 현장에 상시감시팀을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단위 신협의 경우 4~5년마다 형식적인 검사를 받는데 그치고 있다.
그나마 수협중앙회의 경우 조합수 대비 검사인력 비율이 25.6%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산림조합중앙회와 농협중앙회는 각각 13.24%와 11.2%, 새마을금고중앙회는 9.9% 수준이다.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은 이번 기회에 상호금융의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윤 원장은 "상호금융의 업무 범위를 더욱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재정립해 지역밀착형 금융에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며 "금융당국의 제한된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다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전문성이 부족한 면도 있다"며 "각 상호금융 중앙회에 1차적으로 맡긴 후 사고가 터진 후 뒤늦게 금융당국이 개입하는 식의 감독 방식도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호금융의 주무부처를 일원화할 필요도 있지만 결국 주무부처 간 밥그릇 욕심 때문에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