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송종호 기자 = 지난 6일로 ‘1등 KT’를 주창한 황창규 KT회장이 취임 100일을 맞았다. 취임하자마자
온갖 풍파를 겪었던 황 회장의 시계는 이제 KT의 미래에 맞춰져 있다. 업계는 취임 100일이 지나면서 황 회장이 공식적으로 대내외에 제 목소리를 낼 간담회를 주시하고 있다.
특히 황 회장이 지난 3월 “벽 없는 조직을 만들고 소통과 협업이 이뤄지며 경영진부터 현장의 직원까지 같은 마음을 가진 ‘싱글 KT’를 만들어 현 위기를 극복하자”고 역설한 뒤 50여일이 지난만큼 업계는 그가 내놓을 새로운 카드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는 이 시점을 19일 또는 20일로 점치고 있다.
◆삼성맨이라는 부담
이런 악재에도 삼성출신인 그가 KT에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는 점점 커졌다. 실제로 지난 3월 취임 후 첫 주총에서 주주들은 KT의 방만함을 질책하면서도 황 회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최근까지 삼성맨이라는 꼬리표는 득보다 실이 더 컸다. 최근에는 윤리경영실로 영입한 삼성출신 임원이 성희롱 전력이 알려지면서 사표를 제출하는 등 무리한 자기 사람 심기의 부작용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번 일로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기 전까지 삼성 인맥을 통한 자기 사람심기는 잠시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구조조정의 후폭풍
KT는 지난달 8300여명에 달하는 명예퇴직을 단행했다. 이번 KT의 명퇴 규모는 지난 1998년 5184명, 2003년 5497명, 2009년 5992명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그만큼 후폭풍도 거세게 일고 있다. 곳곳에서 불만을 피력하는 집회가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한다. 15일 오후 KT 새노조는 광화문사옥 앞에서 명퇴거부자를 ‘업무지원 CFT’로 발령하는데 항의하는 집회를 진행했다. 앞서 KT의 공식적인 입장과 달리 이번 명예퇴직이 많은 지역에서 강압적으로 이뤄졌다는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와 같이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황 회장이 이끄는 싱글KT로의 진입이 예상보다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사내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해관 KT 새노조 위원장은 “명예퇴직으로 시작된 KT의 노동인권문제는 사회적 문제로 커졌다”며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국민 기업 KT의 신뢰 추락은 물론 기업경쟁력 회복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계열사 정리는 예정된 수순?
황 회장이 간담회에서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를 정리하는 깜짝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전망도 유력하다. 특히 정리대상 계열사 가운데 첫 손에 꼽히는 곳이 KT미디어허브다.
지난 2012년 이석채 전 회장 시절 미디어 분야의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이유로 분사했지만 이후 관련 분야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콘텐츠 투자를 위해 확보한 저작권 등도 파트너사들의 부진으로 이렇다할 성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또한 주요사업으로 꼽히는 올레tv 모바일, 올레 북, 스타 런처 등도 기대 이하의 실적을 보이고 있다.
그간 행보에 비추어 황 회장이 부진한 계열사를 기존 체제로 운영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이와 별도로 미디어 사업 부문을 이끌 수장의 부재도 황 회장의 고민으로 꼽힌다. KT그룹내에 김주성 사장에 견줄만한 경력을 지닌 전문가가 없지만 신상필벌이 몸에 배어있는 황 회장이 김 사장을 끌어안을지는 미지수다. 외부 영업도 쉽지 않아 보인다. 과거 게임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 KT의 콘텐츠 사업의지에 실망해 사표를 제출한 사례는 업계에서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KT 측은 이 같은 시각을 적극 반박했다. KT 관계자는 “합병대신 KT미디어허브를 중심으로 관련 전략을 꾸려나갈 수도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