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2015년은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는 해다. 50년 전 일본으로부터 원조를 받았던 한국은 이제 일본과 동등한 위치의 파트너로 성장한 만큼 양국 경제인들이 한·일간 영속적인 발전을 위한 다리를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허 회장은 14일 오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46회 한일경제인회의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내년 한ㆍ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앞두고, 기적의 50년을 넘어 희망의 100년을 여는 새로운 ‘한·일 경제협력 비전과 4대 실천전략’을 한일 양국 300여명의 경제인에 제시했다.
허 회장은 양국 기업ㆍ산업간 협력이 초창기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기술을 이전 받거나 투자를 유치하는 형태의 1세대형 협력, 중국 부상 이후 동북아 산업내 분업관계인 2세대형 협력을 거쳐, 선의의 경쟁과 협조를 통한 3세대형 관계로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허 회장은 “이제 서로의 장점을 결합하여 글로벌 시장에서 신 가치와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4세대형 경제협력 관계로의 도약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차세대에너지, 스마트카, 스마트시티 등 신산업에서 공통표준화, 기술협력을 강화하고, 유럽연합(EU) 공동연구프로그램인 유레카(EUREKA)와 같은 프로그램을 양국 차원에서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신흥시장에서 양국 기업간 과다한 경쟁과 불필요한 중복투자 등의 비효율성이 발생하는 만큼 한일간 경합구조를 견실한 협력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으로 허 회장은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아시아·태평양 역내 경제통합 가속화를 위한 상설 민간기구 발족 필요성을 강조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EU의 ‘비즈니스 유럽(35개국 41개 단체 참여)’을 벤치마킹해 일본 경단련이 주도하고 있는 ‘아시아 비즈니스 서밋’의 확대 발전을 제안했다.
허 회장은 “통일에 대한 한국 정부와 기업, 국민의 의지가 확고하다”고 밝히고, 향후 통일 준비과정에서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는데 있어 일본의 적극적인 지지와 협조를 요청했다.
끝으로 허 회장은 과거사 문제로 양국 국민 사이의 호감도가 현저히 낮아진 점에 관해 우려를 표시하고, 양국 협력의 주체가 국민인 만큼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한일축제한마당 등의 꾸준한 지원, 양국 기업간 인턴십 공유, 대학간 공통학점 인정 등을 다양한 협력방안을 모색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한일경제인회의에 앞서 허 회장은 요네쿠라 현 일본 경제단체연합회 회장과 6월 3일 취임하는 사카키바라 차기 회장(도레이 회장) 등 일본 경제계 지도자를 차례로 만나 한일관계 정상화를 위해 양국 경제계가 함께 나설 것을 요청했다. 특히, 차기 일본경단련 회장과 2008년 이후 중단된 전경련-일본경단련간 한일재계회의 재개를 위해 서로 노력키로 했다.
이들 두 일본 경제계 지도자는 수십년에 걸친 대한국 투자로 국내 젊은층에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수출에 기여하는 등 한국 경제발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허 회장은 양국 협력 증진을 위한 그간의 노고에 감사의 뜻을 전하며 한일관계 정상화를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