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혜림 기자 = 급성 심근경색으로 심장혈관 확장 시술을 받고 치료 중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의식 회복이 더뎌지고 있다.
당초 이 회장은 지난 11일 시작된 저체온 치료 후 정상 체온으로 되돌아오는 13일께 의식이 회복될 것으로 관측됐다.
진정 치료는 심정지·체외 순환·체온 저하 등 신체에 부담을 주는 일련의 과정을 겪은 환자의 몸이 정상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진정제를 투여해 수면 상태에서 서서히 회복시키는 과정을 말한다.
◆ "심장 기능·뇌파 안정적…의식 회복 늦춰"
이 회장이 입원 치료 중인 삼성서울병원은 13일 "저체온 치료 결과 (이 회장의) 심장 기능과 뇌파는 대단히 안정적"이라며 "상태가 안정기에 들어갔기 때문에 의료진은 서두르지 않고 안전하고 완벽한 의식 회복을 위해 당분간 진정 치료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병원 측은 "저체온 치료 후 정상 체온이 회복되는 것과 의식이 돌아오는 것은 별개"라며 "치료에는 진정제가 병행 투여되기 때문에 의식 회복에는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저체온 치료는 심장정지 후 생기는 뇌·장기 손상을 줄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사람을 저체온 휴면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특히 심장박동이 멈췄던 사람을 제세동기(전기충격기) 등으로 치료하고 심장박동이 돌아온 경우 회복할 때 주로 사용한다.
원칙적으로 12시간 내지 24시간 동안 체온을 32~34도로 낮게 유지한 뒤 다시 체온을 서서히 올려 정상 체온으로 회복되게 한다.
일반적으로 치료를 시작한 지 48시간 이후면 정상 체온으로 돌아오지만 고령인 이 회장의 경우 회복 시간이 다소 늦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 "진정 치료 일주일 이상이면 '적신호'"
전문가들은 아직 이 회장의 건강 상태를 판단하긴 이르다고 보고 있다. 다만 현재와 같은 진정 치료가 일주일 이상 지속될 경우에는 상태를 의심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심장내과 김병극 교수는 "의료진은 환자의 몸 상태가 회복이 됐다고 생각되는 시점에 진정제 투입을 멈추고 의식을 깨운다"며 "현재는 약물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수면 상태를 유지하게 두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진정 치료가 일주일 이상 되면 상태가 안 좋은 것으로 보면 된다"며 "뇌손상이나 의식 회복 여부도 진정제 투입을 멈춰야 알 수 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판단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 12일부터 진정 치료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이 회장의 경우 늦어도 19일께는 뇌손상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삼성서울병원 '입단속' 철저…진료 기록도 '보안'
이 회장이 입원 중인 삼성서울병원 측은 근무하는 의사·간호사를 포함한 병원 임직원에게 철저한 입단속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진료 기록 확인도 이 회장의 주치의를 맡고 있는 송재훈 병원장과 전은석 심장혈관부센터장 등 소수만 가능하도록 했다.
병원 관계자는 "환자의 상태와 관련된 발언은 자제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진료 기록에도 보안을 걸어둔 상태기 때문에 주치의를 제외한 임직원은 열람이 불가능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