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환율 하락 장기화 우려…"수주경쟁력 약화"

2014-05-08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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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0~1050원에서 사업계획 짜…"1000원 밑돌 경우 타격"

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 건설업계가 환율변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주요 건설사들 대부분이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에서 원ㆍ달러 환율 1000원에 육박하자 장기적으로 수주경쟁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서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0.1원(0.01%) 오른 1022.6원에 마감했다. 지난 7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7.8원 내린 1022.5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장중 1020원대를 기록한 것은 2008년 8월11일 이후 5년9개월 만이다. 

건설업계 특성상 단기적 환율 변동은 큰 문제가 될 게 없다. 수주 금액 대비 국내로 유입되는 외환이 많지 않아 리스크가 타 업종에 비해 작고 환율 변동에 따라 헤지가 가능한 수주를 하면서 환리스크에 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매출의 큰 비중을 매칭방식으로 처리하고 있다. 매칭방식이란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환전하지 않고, 현지에서 기자재 대금 등 공사비로 사용하는 것이다. 환전을 하지 않고 현지에서 즉시 사용하기 때문에 환리스크 위험이 적다. 해외 프로젝트의 규모가 달러 기준으로 산정되지만 실제 계약은 현지화 등 다양한 외국환으로 이뤄져 자재비와 현장운영비, 인건비 등은 현지에서 지불할 수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3년 전부터 환율 변동 시나리오를 준비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건설업의 경우 2~3년 동안 큰 계획에서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기 환율에는 시나리오를 짜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GS건설 관계자는 "제조업은 일단 생산해 놓고 환율에 따라 파는 것이지만, 건설업은 프로젝트 별로 움직이니까 수주하는 시점에 따라 환율이 각각 다르고, 계약 시점에 환 헤지를 하기 때문에 큰 위험 부담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창구 해외건설협회 차장은 "우리 건설사들의 외화 가득률은 20% 밖에 안되기 때문에 예상가능한 수준으로만 하락한다면 환율 변동에 따른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유럽, 일본 업체랑 경쟁할 경우 신규수주에 영향이 있을 순 있지만 환율이 예전처럼 오를 게 아닐 것이란 판단하에 우리 업체들이 원가절감에 대한 준비를 해 왔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원화 약세가 장기화하면 해외 신규 프로젝트 수주 때 입찰 경쟁력이 낮아지는 등 신규 해외수주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고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 다른 수출입 산업에 비해 환율 변동의 영향을 덜 받지만 해외 건설 사업도 기본적으로 달러화를 기반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대형건설사들은 올해 원·달러 환율을 1040~1050원으로 예상하고 사업계획을 세웠다. 올 들어 전날까지 원·달러 평균 환율은 1060원 초반 대로 환율이 예상치 밑으로 장기간 떨어질 경우 대형건설기업들의 해외매출과 영업이익 등 실적 감소가 우려된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연초 환율 전망을 가지고 수주에 나서고 있는데 지금 당장은 큰 영향이 있지 않지만 국내 매출 규모는 줄어들 수 있다"며 "내부적으로 각 상황별로 대응 매뉴얼을 만들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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