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우리나라는 미국 상무부의 예비 불법조업국 리스트에도 올라있다. EU가 한국을 최종 불법조업국으로 지정하면 미 상무부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손재학 해양수산부 차관은 6월 말 EU의 불법조업국 최종 지정을 앞두고 EU 고위 관계자와의 면담을 위해 브뤼셀로 떠났다.
7일 해수부에 따르면 EU가 지난해 11월 한국과 가나, 네덜란드령 퀴라소 등 3개국을 예비 불법조업국으로 지정한 이후 해수부는 예비 지정을 해제하기 위해 EU측과 협상을 벌였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EU측은 지난달 2일 개최하기로 한 사전협의를 회의 보름 전 갑자기 비공개 화상회의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이 회의에서 지금까지 거론하지 않은 서태평양 참치조업 문제를 제기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또 우리 정부가 불법조업 처벌조항을 대폭 강화하고 어선위치확인장치(VMS)를 의무설치하도록 하는 등 EU 측 요구를 대부분 받아들였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의 처벌의지와 정책 집행의지를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부 고위 관계자는 "현재 EU의 태도를 봐선 예비 불법조업국 해제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최악의 경우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손 차관은 8일 브뤼셀에 도착하는 대로 로우리 에반스 EU 해양수산총국장과 장뤽 데마트리 EU 통상총국장, 스티브 트렌트 환경정의연합(EJF) 사무국장을 잇달아 만날 예정이다.
손 차관은 이 자리에서 우리 정부의 불법조업 근절의지와 그간 조치사항 등을 직접 설명하고 EU 측 불신을 해소하는 데 전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우리나라가 불법조업국으로 최종 지정되면 국내에서 생산·가공한 수산물의 EU 수출이 전면 금지되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 어선의 EU 내 항만 입항도 불가능해진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對) EU 수산물 수출액은 약 1억 달러다.
해수부 관계자는 "전체 수출액으로 보면 그리 큰 규모가 아니지만, 수산 분야로만 보면 상당한 타격이 예상되는 금액"이라고 말했다.
수산분야의 직접적인 손해는 오히려 작은 문제다. 불법조업을 자행하는 '해적국가'로 낙인찍히면 국가 이미지 추락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실제 지난해 11월 예비 불법조업국으로 지정됐을 때 '한국이 퀴라소와 같은 취급을 받게 됐다'는 비판이 국내외에서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