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 이 남자 참 애절하다. 무슨말이든 꼭 들어야만 하겠다는 듯 그녀를 향한 눈빛이 간절이다. 하지만 그녀, 부끄러워서 일까. 아니면 난처해서일까. 잡힌 손은 빼지 않은채 얼굴을 옆으로 돌리고 남자의 시선을 피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오르세미술관전에서 만나볼수 있는 이 그림은 에밀 프리앙이 1991년에 그린 '그림자'라는 작품이다.
프리앙이 이 그림을 그릴 당시는 세상이 개벽한 때였다. 1879년 토마슨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한후 조명은 화가들을 매료시켰다.
프리앙뿐만이 아니라 에드가 드가와 로트렉등이 소규모 공연장을 겸했던 카페에서 다양한색의 조명으로 나타난 우스꽝스럽고 기괴한 모습의 연기자와 가수의 모습을작품으로 그리곤했다.
국립중앙박물관 김승익 학예연구사는 "하지만 모델의 있는그대로의 모습을 존중하려 했던 프리앙은 이 작품에서 선을 일그러지지않게 처리했다"면서 "프리앙은 그림자라는 요소를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비극과 순정적인 사랑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도록 하고 마치 그림자 놀이처럼 그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오르세미술관전'은 벌써 국내에서 4번째 전시이기도 하다.
'식상하다'는 편견은 옵션이지만 4번째 전시여서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교과서에 나오는 유명 그림이 왔다면 이번 전시는 19세기 후반 인상주의 이후 새롭게 등장한 미술가들과 근대도시 파리의 삶과 예술을 조명한다.
프랑스 파리에 가지 않아도 명품의 눈 호사를 충분히 누릴수 있는 기회다.
에밀 프리앙의 '그림자'를 비롯해 클로드 모네, 폴 고갱, 빈센트 반고흐, 앙리 루소 등오르세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중 175점을 선별해왔다.
박물관에서 여는 전시이니 만큼 그림 외에도 조각·사진·드로잉·공예품 90여점도 함께 선보인다. 전시는 8월31일까지. 관람료 성인 1만2000원. (02)2077-9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