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년만에 한국에 온 루소 '뱀을 부리는 여인'

2014-05-04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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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소장품 175점 전시

루소. 뱀을 부리는 여인.1907.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파리식물원을 무척이나 좋아했던 남자, 앙리 루소 가 1907년 그린 '뱀을 부리는 여인'이 한국에 왔다.
107년이 지났지만 그림은 여전히 신비롭고 반짝인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했던가. 루소는 사라졌지만 이 그림, 대한민국 서울에서 그야말로 환대를 받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3일 개막한 '오르세미술관'전에 선보인 175점의 작품중 대표로 뽑혔다. 전시장 입구 안내데스크부터 팜플릿, 전시도록의 표지를 장식하며 진초록의 초현실적인 아우라를 내뿜고 있다.

 서양미술사 전공으로 현직 서울대 교수이기도 한 김영나 박물관장은 "루소의 '뱀을 부리는 여인'은 내가 가져왔으면 해서 욕심을 냈던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를 위해 내한해 기자들과 만난 기 코즈발(Guy Cogeval) 오르세미술관장은 "외부 반출이 그동안 안되던 반출금지목록에 포함된 작품이었지만 이번 서울 특별전을 위해 이 작품을 해외반출금지목록에서 해제했다"고 말했다.

 코르세 관장은 "전 세계 관람객들이 이 그림을 보기 위해 오르세미술관을 방문하는데, 한국 전시가 진행되는 기간만큼은 불행하게도 '뱀을 부리는 여인'을 볼 수 없을 것"이라며 이 작품에 대한 자부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같은 결정은 이미 한국에서 4번이나 오르세미술관전을 개최한 덕도 있다. 가깝게는 2011년 '오르세미술관전, 고흐의 별밤과 화가들의 꿈'을 주제로 내건 전시가 예술의전당에서 열리기도 했다.

 때문에 '더 이상 새로울게 없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기 위해 파격적인 선택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전시를 총괄기획한 카롤린 마티유 수석학예실장은 "(늘 전시때마다 이런말을 했다는 지적도 받았지만) 이번 전시는 오르세미술관의 최고의 작품이 왔다"고 전했다.

 파리의 국보급작품이 이동한 만큼 엄청난 경비 내용을 궁금해하는 기자들과 달리 오르세미술관측은 금액은 대외비라며 함구했다. 다만 "오르세미술관은 순회전 소장품은 무료로 대여 공개한다"는 자랑을 했지만 작품값만큼이나 비싼 보험료 운송료등의 경비는 밝히지 않았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된 루소의 뱀을 부리는 여인작품을 관람객들이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사진=박현주기자


 이번 전시 대표작 '뱀을 부리는 여인'은 제목처럼 최면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상상으로 만들어 낸 '숲속에 뱀을 부리는 흑인 여성이 서 있는 그림에는 여인이 플루트을 연주하며 새와 파충류를 유인한다.

 이브 또는 살랑보의이미지와연관된 이 여성 오르페우스의 신체는 길고 빽빽한 머리카락으로 덮여 눈과 가슴 부분만 보이고 마치 하나의 검은 조형물처럼 서있다. 형태가 극도로 단순화되어 여인이 작품속의 동물뿐만 아니라 관객을 향해서도 유혹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듯하다.

 국립중앙박물관 김승익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당시 미신을가까이했던 루소가 그당시 유행했던 최면술에 민감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15세기 태피스리작품의 바탕에 수놓아진 무수한 꽃과 식물에 비교되었던 풍성한 식물 이미지 덕분에 1907년 살롱도톤전의 장식예술부문에 그의 작품이 받아들여지는데 큰 기여를 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1930년대 프랑스의 한 유명 컬렉터가 기부했다. 선직국의 미술관을 살찌우는 '기부 문화'의 한 전형이다.  세계인의 발길을 끌어들이는 관광자원이자,예술문화를 공유하고 나누는 일은 컬렉터의 기부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증명하는 작품이다.
 
 이번 전시가 4번째이고 더욱이 미술관이 아닌 박물관에서 열려 곱지않은시선도 있다. 전시기획사인 ㈜GNC미디어(대표 홍성일)가 주관한다.

 하지만 관객들은 파리에 가지 않아도 명품의 눈 호사를 충분히 누릴수 있는 기회다.

  프랑스 인상주의 미술부터 물질문명이 꽃을 피웠던 근대 파리의 모습까지. 오르세미술관의 19세기 소장품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박물관에서 여는 전시이니 만큼 그림 외에도 조각·사진·드로잉·공예품 90여점도 함께 전시됐다. 전시는 8월31일까지. 관람료 성인 1만2000원. (02)2077-9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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