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재홍 기자 = 랜드로버는 1946년 영국에서 태어난 이후 4륜구동만을 고집해 온 고집스러운 브랜드다. 오프로드와 온로드를 넘나드는 뛰어난 주행성능은 70년 가까이 이어온 그 고집의 산물이다.
특히 1970년 태어나 45년이 가까워 온 레인지로버의 경우 최초의 럭셔리 SUV로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에서 럭셔리 SUV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에서 개최한 오프로드 시승행사에서는 랜드로버의 대표 주자인 레인지로버를 비롯한 레인지로버 스포츠, 레인지로버 이보크, 디스커버리4 등 전 모델들의 운전대에 앉아 산비탈을 오르내렸다.
코스는 경주 토함산의 암곡리 일대로, △돌길, 바위, 자갈 등의 서행구간 △울퉁불퉁한 언덕 및 모굴 구간 △경사도 30도의 언덕 오르막 및 내리막 구간 △사면경사로 구간 등 총 16km로 구성됐다.
◆ 몸으로, 눈으로 확인하는 ‘전자동 지형반응시스템 2’
레인지로버로 시작한 첫 코스는 돌길이었다. 임시로 자동차가 다닐 수 있도록 길을 닦아 놓았다지만 길은 완전히 정비되지 않은 등산로나 다름 없었다.
일반, 풀/자갈/눈, 진흙/바퀴자국, 모래, 암벽, 자동 등 6가지 설정이 가능한 ‘전자동 지형반응시스템 2(Terrain Response® 2)’는 운전대 옆에 위치한 화면을 통해 현재 어떻게 차체의 중심이 잡히고 있는지 눈으로 확인됐다.
좁고 경사진 바위길을 오르는 레인지로버의 운전석은 물침대에 올라앉은 느낌이었다. 그 커다란 몸집의 차체가 조금의 주저함이나 막힘없이 바위 길을 올랐다.
전자동 지형반응시스템은 사면도로에서도 그 진가를 발휘했다.
30도 가까이 기울어진 사면도로에 한쪽 바뀌를 걸치고 운전했다. 마치 곡예운전의 대표적 시범인 오른쪽이나 왼쪽의 한쪽 바퀴를 들고 두 바퀴로 간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기울기가 적지 않았지만, 자동으로 최적화되는 차축의 변형으로 안전하게 코스를 통과했다.
◆랜드로버의 자신감, HDC를 사용한 자동 운전
시승행사의 진행과 안전을 맡았던 레이서 오일기 선수는 30도의 가파른 내리막길 앞에 선 운전자들에게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라고 호기롭게 이야기 했다.
‘스키장의 상급자 코스에 가까운 기울기 앞에서 2.5톤에 달하는 자동차의 브레이크를 밟지 말라니’, 랜드로버의 언덕미끄러짐 방지장치(HDC)의 성능을 믿으라는 뜻이었다.
과연 페달에서 완전히 발을 떼도 30도에 가까운 경사각을 안정적으로 내려갔다. 경사도를 인식해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잡아주는 시스템 덕분이었다.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가 아닌 엑셀레이터를 밟아도 HDC는 안정적으로 장동했다. 오르막길을 오르다 멈춰선 뒤, 후진 시에도 마찬가지로 HDC를 통해 차는 안정적으로 내려갔다.
레인지로버 뿐 아니라 레인지로버 스포츠, 레인지로버 이보크, 디스커버리4 등도 모두 오프로드에서 최적의 성능을 발휘해 냈다.
◆ ‘사막의 롤스로이스’ 명성은 인정…하지만?
레인지로버는 ‘사막의 롤스로이스’로 불린다. 럭셔리와 오프로드의 성능을 강조하는 뜻이다.
그러나 2억 원에 달하는 레인지로버를 끌고 산비탈을 오르내릴 수 있는 오너가 얼마나 될까? 명성을 몸으로 직접 느끼고 확인했지만 기본 모델이 1억6000만원대부터 시작하는 레인지로버의 가격은 여전히 부담스러웠다.
그럼에도 럭셔리 SUV를 표방하며 ‘갖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것이 레인지로버를 포함한 랜드로버 모델들 존재의 이유라면, ‘사막의 롤스로이스’라는 별명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랜드로버의 대표 모델인 레인지로버 시리즈(레인지로버, 레인지로버 스포츠, 레인지로버 이보크) 모델은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1675대가 팔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