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사고 IT로 막아라] <하> 해양사고, 포렌식으로 원인 분석·재발 방지 가능

2014-04-28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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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장윤정 기자 = 세월호 침몰 사고 원인에 대한 여러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디지털 포렌식(digital forensics)을 해양사고에도 도입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포렌식은 범죄조사 시 컴퓨터에 대한 필수적 증거 확보 방법으로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최근 건조되는 선박은 유무선 선박통합네트워크(SAN) 도입 및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선박모니터링시스템(VMS), 해상교통관제시스템(VTS) 등 최첨단 IT기술이 도입되고 있다. 따라서 바이러스, 해킹 등의 위험이 심각함은 물론 훼손으로 인한 사고 발생 시 이를 추적, 분석할 수 있는 장치 또한 시급하다.

특히 해양사고는 해양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사고현장의 보존, 사고 재연 및 목격자 확보 곤란 등 원인 규명에 어려움이 크다.

이에 포렌식을 도입, 해양 사고 원인을 분석함과 동시에 정확한 사고 원인을 짚어냄으로서 동일한 사고 발생을 예방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상> VTS(해상교통관제시스템) 해킹 우려 심각
<중> 선박 사고 증거위한 선박 블랙박스(VDR) 도입 시급
<하> 해양사고, 포렌식으로 원인 분석·재발 방지 가능(이번호)

최근 발생한 카드사 정보유출 사고 등 IT사고 조사 시 널리 활용되는 디지털 포렌식은 해양사고에도 도입이 가능하지만, 국내 선박에 도입된 경우는 전무하다.

포렌식은 전자 증거물 등을 사법기관에 제출하기 위해 용의자의 유전자(DNA)나 지문, 휴대폰, PDA, 컴퓨터 하드디스크, 기업 회계자료 등의 데이터를 수집, 복원, 분석,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련의 작업을 말한다.

과거에 얻을 수 없었던 증거나 단서들을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방법이다.

해양사고 조사 시 분석해야 할 항해자료기록장치의 기록은 디지털 증거의 모든 특성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어 표준화된 디지털포렌식 조사 모델을 활용 가능하다.

◆원인 규명 어려운 선박사고, ‘포렌식으로 분석 가능’
그러나 포렌식 기술은 아직 국내 선박 정책 상 도입이 요원하다.

백명훈 김앤장법률사무소 정보보호전문위원은 “해양 사고에 IT기술을 접목하는 조사를 위해 국내 선박들을 조사하던 중 아직도 NT 4.0 시스템을 사용하는 경우도 직접 목격했다”며 “포렌식 도입에 앞서 열악한 국내 연안 선박들의 시스템 업그레이드 및 전반적인 투자가 선행돼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세월호와 같은 비극을 되풀이되지 않게 하기 위한 장치로 선박 블랙박스(VDR) 도입 및 포렌식 등 IT가 적용된 대비책을 서둘러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세월호 사고에서 직접 경험한 것처럼 해양사고는 원인 규명을 위한 증거를 찾아내기 어렵다.

또 사고 발생 시 불리한 상황이거나 선박이 범죄에 사용되었을 경우 고의적으로 항해자료기록장치의 데이터를 삭제하거나 자료저장 프로세스를 수행하지 않은 경우도 다반사다.

지난 2010년 1월에 발효된 국제해사기구의 해양사고조사 코드에서는 효율적인 해양사고 조사를 위해 각 체약국에게 항해자료기록장치 분석 능력을 구비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해양사고 조사와 관련 비행기의 블랙박스에 해당하는 항해자료기록장치의 데이터를 복구하거나 분석해 증거를 확보하는 과학적인 방법론과 지침은 드물다.

백 위원은 “해양사고 발생 시 즉시 사실을 조사하고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사고 발생시 항해자료기록장치의 저장버튼을 누르고 데이터를 내려받은 뒤 그 데이터가 변경되거나 손상되지 않도록 보존하는게 우선이다”고 설명했다.
 

디지털포렌식 기법을 이용한 해양사고 조사 절차도 <자료: 백명훈 김앤장 보안전문위원>


◆ 선박 사고 예방위해 정책적 도입 서둘러야
항해자료기록장치의 데이터에는 사건의 실마리나 결정적인 증거가 저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아 주의깊게 살펴야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선박 사고 발생 시 디지털 포렌식 절차는 크게 다음과 같다.
△ 조사준비 △현장 대응 △디지터 증거 확보 및 수집 △증거 운반 및 확인 △조사 및 분석 △ 보고 및 증언 등

일반적인 포렌식의 절차와 비슷하지만 해양 사고가 발생하면 선박의 침몰여부부터 출발해 데이터 저장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전자지도표시시스템, 영상정보처리기기, 모바일 기기 등 연관 데이터에 디지털 포렌식을 적용할 수 있다.

포렌식을 도입하면 해양사고의 원인 규명과 이로 인한 사고 재발 방지뿐 아니라 사고 당시 상황을 재현해 현장에 있는 관계자들의 교육도 가능하다.

따라서 유사 사고의 재발방지 및 해양사고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백 위원은 “포렌식이 도입된다면 해양사고 재발을 방지하는 효과뿐 아니라 국내 관련 법규요 국제해사기구 해양사고조사 코드와 같은 국제기준을 준수, 과학적, 객관적인 해양사고 조사와 심판능력에서 국제적 신뢰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세월호 참사 사고는 되돌릴수는 없지만, 최소한 비슷한 사고로 죄없는 목숨들이 희생되는 것은 막기 위해서 첨단 장비의 도움이 시급하다.

해상교통관제시스템(VTS), 선박자동식별장치(AIS) 등의 보안을 강화해 해킹 위험을 차단하고 선박 사고 발생 시 증거를 위한 선박용 블랙박스(VDR), 포렌식 등을 도입하는 등 취할 수 있는 모든 안전조치를 강화해야한다.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예방조치는 비용 소모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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