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공업고등학교 육성이 한창이던 1990년대 낮에 일하고 밤에 공부하는 ‘주경야독(晝耕夜讀)’의 대표적 모델이던 야간대학이 박근혜 정부의 청년고용 대책에서 다시 활성화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6일 기획재정부·교육부에 따르면 청년고용 대책의 일환으로 후 진학 시스템을 마련 중이다. 청년들이 일하면서 원할 경우 진학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우선 취업한 뒤 학업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채용조건형 계약학과, 사내대학 확대 등이 포함 돼 있다.
◆ 기재부 “후 진학 롤 모델…야간대학 필요시 확대”
야간대학은 이번 청년고용 대책에서 직접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다. 다만 야간대학이 후 진학에서 가장 성공적인 모델인 만큼 수요가 발생할 경우 도입할 수 있다는 것이 기재부의 입장이다.
정은보 기재부 차관보는 “당장 야간대학을 활성화 하겠다는 취지는 아니다. 야간대학 뿐만 아니라 사이버대학, 학점은행제 등 후 진학의 다양한 경로가 많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야간대학도 현장 수요가 많다면 다시 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야간대학은 2000년 중반까지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끈 대표적 후 진학 모델이다. 하지만 갈수록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고 후 진학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지면서 야간대학은 사실상 폐지 수준으로 전락했다.
지난해 말 현재 전국 야간대학은 가천대학교 등 전군 55개 대학에서 5914명에 불과하다. 전문대와 4년제 대학을 포함한 대학생이 350만명이 넘어선 상황에서 야간대학은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기재부에서는 야간대학이 직접적인 후 진학의 대책이 될 수는 없지만 대학입학 전형 다양화 등을 추진할 때 필요시 적극적으로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월 기재부가 청년층 대상 취업실태 설문조사에서도 선 취업-후 진학 활성화가 가장 중요한 과제로 시간유연제(50.9%) 다음으로 대학입학 전형 다양화(31.5%)를 꼽았다.
또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의 고졸자 취업진로조사 기초분석보고서에서도 특성화고등학교 졸업자를 대상으로 후 진학제도 관심도에서 재직자 특별전형이 60.6%를 차지했다.
◆ 교육부·대학 “야간대학보다 사내대학에 초점”
이처럼 기재부가 야간대학 확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반면 교육부와 대학에서는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이미 사이버대학이나 학점은행제 등이 연착륙한 상황에서 야간대학이 후 진학에 효과가 있느냐는 반응이다. 대학 입장에서는 신입생 유치에도 버거운 마당에 야간학과 개설은 수익성도 없다는 것이다.
교육부에서는 아예 이번 청년고용 후 진학 대책에서 야간대학을 배제했다. 야간대학은 대학정책과, 후 진학은 취업창업교육지원과에서 담당한다. 교육부는 야간대학이 후 진학 정책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담당부서가 서로 달라 야간대학이 선 취업-후 진학 범주에 들어간다는 건 교육부 정책상 맞지 않다”며 “일부 사내대학에서 야간과정을 만들 가능성이 있지만 야간대학 부활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야간대학을 후 진학 범주에서 제외한데 대해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입맛에 맞는 분야만 골라서 추진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내대학의 경우 야간대학과 명칭만 다를 뿐 기능이 비슷한데도 적극적으로 후 진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내대학은 평생교육법을 근거로 학점은행제 통해 학위 이수가 가능하다.
포스코기술대학, SPC식품과학대학, 삼성전자공과대학, 삼성중공업공과대학 등이 사내대학에 속한다.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령 개정안 통해 회사원 뿐 아니라 협력업체 하도급업체 직원들도 다닐 수 있다.
교육업계 한 관계자는 “선 취업-후 진학에서 야간대학이 유리한 면이 분명 있는데 홀대 받는 모습”이라며 “후 진학 범주에 둔다고 해놓고 정책은 따로 가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