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태구 기자= 현대차의 대표 '중국통' 설영흥 부회장 경질에 이어 북미 시장의 '백전노장' 스티브 켈러허 법인장이 전격 사임한다. 현대차가 국내외 곳곳에서 주요 임원을 교체하며 인적 쇄신을 감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6일 현대차 캐나다 법인(HCA)에 따르면 지난 1986년부터 현대차에 합류해 28년간 현대차 캐나다 법인에 몸담은 스티브 켈러허 법인장(사장)이 오는 30일자로 전격 사퇴한다. 후임 법인장은 도널드 로마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임명돼 다음 달 1일부터 캐나다 법인을 이끌게 된다.
켈러허 법인장은 현대차가 해외진출 사상 잊지 못할 경험인 '부르몽의 악몽'을 온몸으로 겪은 장본인이다. 그야말로 켈러허 법인장은 캐나다 법인과 영욕의 세월을 함께한 것이다. 켈러허가 법인장으로 임명된 이후 10여년간 캐나다 시장은 그의 강력한 품질 개선과 지속적인 브랜드 이미지 향상 등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그럼에도 현대차는 과감한 법인장 교체를 단행했다. 현재 북미 시장은 성장세가 둔화되고 메이커 간 경쟁이 치열한 만큼 분위기 쇄신이 필요했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특히 현대차는 올 상반기 신형 제네시스와 LF쏘나타 등 신모델 투입을 앞두고 법인장을 교체해 새로운 변화를 모색한다는 전략도 있다.
여기에 한국·캐나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인해 추가 점유율 확보가 가능해져 FTA 효과를 극대화시켜 성장에 가속도를 높일 시점이라는 점도 법인장 교체의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를 위해 선택된 인물이 도널드 로마노 신임 법인장이다. 도널드 신임 법인장은 29년간 닛산·마쓰다·도요타 등의 북미 법인에서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등을 역임한 인물로, 현대차 캐나다 법인에서는 이전까지 없었던 COO라는 직책까지 만들며 영입했다.
기아차 역시 현대차보다 앞서 캐나다 법인장을 교체했다. 기아차는 한·캐나다 FTA 효과를 노린 포석으로 지난달 캐나다 현지법인장을 교체했다. 김민건 신임 기아 캐나다 법인장은 호주법인 대표(2010년), 기아차 중동·아프리카 대표(2012년)를 거쳐 2012년부터 KMA에서 수석 코디네이터로 근무해 온 인물로서 현대차와 기아차를 모두 경험한 그의 통섭 능력과 해외 현지법인장 경험 등이 기아차의 캐나다 시장 공략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신임 법인장들도 책임감이 막중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현대·기아차의 캐나다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12%로 포드(16.2%), 피아트ㆍ크라이슬러(14.9%), GM(13.5%)에 이어 4위를 기록하며 점유율 면에서 일본의 도요타(11.2%)나 혼다(9.4%)를 앞서고 있다. 하지만 법인장 교체라는 강수를 둔 현대·기아차가 더욱 성장의 고삐를 죌 것이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올 초부터 각 해외 법인의 조직개편을 지속적으로 단행하고 있다.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은 올 초 데이브 주코브스키 판매·마케팅담당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신임 법인장으로 선임했다. 기아차 유럽법인(KME)은 폭스바겐 출신 아터 마틴스 마케팅 담당을 영입했다. 최근에는 최성기 부사장을 중국총괄담당으로 승진, 발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