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홍신은 엘리베이터를 이렇게 정의 내렸다. 김 작가의 눈에는 엘리베이터도 사람의 냄새가 묻어나는 ‘또 하나의 공간’이었다.
이런 엘리베이터가 기술만 드러나는 것이 조금은 아쉬웠는지, 그는 현대엘리베이터 임직원들에게 ‘감성이 묻어나는 엘리베이터’를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다.
김 작가는 “이제는 기술에 더해 예술적인 감성이나 평온한 안정감까지 연구해 보면 어떨까?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딱딱한 기계를 넘어, 우리와 함께 숨 쉬는 공간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한번 내봐도 좋을 것 같다”며, “현대엘리베이터 임직원들의 작은 시도 하나가 놀라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작가와 현대엘리베이터와의 인연은 22년 전인 1992년 12월호 회사 사보에 ‘꿈과 현실의 틈새에서’라는 제목의 수필을 게재하며 맺어졌다.
이 글은 시골로 떠나고 싶지만 도시에서의 삶도 포기할 수 없는 김 작가 자신을 되돌아보며 얻은 깨달음, 즉 사람은 늘 꿈을 꾸고 살지만 현실과의 틈새를 메울 수 없으니 늘 불만이나 욕심이 생겨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현대엘리베이터 임직원들과 공유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은 꿈이고 당장 떠날 수 없는 것은 현실일 것이다. 그러나 그 꿈과 현실의 틈새를 늘 불만이나 욕심으로 채우려 드는 게 아닌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도심에 살면서 나무 심고 풀 뽑고 작은 밭에 고추 심어가며 꿈을 현실과 대비하는 연습을 하며 살고 있는 것 같다. 언젠가는 도심을 떠나 시골로 가겠다는 마음만은 버릴 수 없기에’라는 대목에 그의 의도가 그대로 드러난다.
오는 5월 23일이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창립 30주년을 맞는다. 이를 기념해 현대엘리베이터는 최근 발간한 사보에서 김 작가와의 인터뷰를 실었다.
김 작가는 “현대엘리베이터 사보에 수필을 썼던 때나 지금이나 길을 오가며 시달리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한국인들의 참을성이 참 대단하다고 느낀다”고 소감을 전했다. “강연이라든지 방송, 피치 못할 초청 같은 이유로 시골에 다녀올 때마다 도시 탈출을 꿈꾸면서도 정작 결행하진 못했다”는 것.
“그렇게나 동경하던 도시 탈출이지만 막상 누가 원하는 땅을 거저 줄 테니 정말로 지금의 생활을 청산하겠느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여러 날을 끙끙 앓게 될 것”이라는 그는, “당장 떠나려니 여기서 벌여놓은 일도 마무리해야 하고 어쩌고 하는 식으로 변명을 늘어놓으며 몇 년 후에 다시 줄 수 없느냐고 애원할지도 모르겠다”고 전했다.
김 작가는 지난 1월 법륜스님과 함께 떠났던 16일간의 인도여행에서 소똥 천지였던 현지 한 마을에서 얻은 경험을 소개했다. 마을주민들은 소똥을 뭉쳐 벽에 붙여 말려 땔감으로 사용하는데, 마침 갓 붙인 소똥이 있기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아봤는데 풀 향기가 났다는 것이다. 김 작가는 “척박한 환경이라서 칼날처럼 강한 풀밖에 먹을 게 없으니 소가 열심히 되새김질해서 완벽하게 소화시키고 섬유질만 내보낸 거다. 놀라운 발견이었다”며, “사람도 똑같은 것 같다. 내가 소화할 만큼 받아들이고 수고해서 온전히 소화하면 향기가 날 텐데, 쓸데없이 많이 받아들이고 소화를 안 시키면 악취가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작가는 “아침 뉴스에서 엘리베이터 추락사고 소식을 듣고 나오면 온종일 엘리베이터 타는 게 찜찜하지만 현대엘리베이터라는 브랜드를 보면 괜히 믿음직스럽다. 막연한 안도감이랄까?”라면서, “30년간 인간의 편리한 생활을 위해 큰 역할을 해온 현대엘리베이터 임직원에게 고마움을 전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소똥에서 맡은 향기처럼 현대엘리베이터 임직원들도 자신이 선택한 일을 부지런히 소화하고, 뭔가를 얻었다면 얻은 만큼의 역할을 해 향기가 나는 사람이 되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김 작가는 최근 장편소설 ‘마지막 사랑’을 탈고해 출판사에 넘겼으며, 올 여름이나 가을즈음 독자들이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올 봄에는 김 작가가 매일 원고지 2~3매 가량의 단상을 적어온 자문록이 발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