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공개된 ‘까탈레나’에서 멤버들은 인어공주, 비닐에 포장된 해산물, 초밥에 올라간 회 등 기상천외한 콘셉트로 ‘살색 전쟁’이 벌어진 선정적 걸그룹 분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핑크색 헤어, 초밥 모양의 모자, 대형 리본, 도트 무늬 등이 이번 앨범의 핵심 비주얼이다. 의상 역시 그동안 고수해 온 키치(kitsch, 저속한 작품이라는 미술용어로 복장에서는 일부러 품위 없고 유치한 디자인을 뜻함) 요소가 가득하다.
그렇다고 섹시미를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다. 쭉 뻗은 다리가 드러나는 의상이나 유혹적으로 초밥을 먹는 뮤직비디오 장면 등은 과하지 않은 수준에서 ‘삼촌 팬’들의 갈증을 해소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대중의 우호적 관심은 발매 13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엠넷, 벅스, 올레뮤직, 네이버뮤직, 지니 등 음악사이트 실시간차트 10위권 유지로 확인되고 있다.
임진모 평론가는 그들의 인기 요인을 “뛰어난 미모로 대표되는 걸그룹의 예쁜 모습과 더불어 그에 상반되는 변형 콘셉트인 ‘코믹’과 ‘특이함’이 어우러져 대중에게 신선한 매력을 선사했다”고 분석했다.
“범람하는 가요계에서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것만으로 승부수를 던지기에는 무리”라며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오렌지캬라멜은 현재 트렌드를 읽고 상업적으로 적절한 지점을 선택했다”고 평가했다.
‘까탈레나’에 대해서는 “앞서 오렌지캬라멜이 보여줬던 디스코와 트로트,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쉬운 안무로 대중성을 노렸다”며 “반면 가사나 음률과는 전혀 연관성 없는 기괴한 콘셉트로 개성을 표출했다”고 해석했다.
노준영 평론가는 “완벽을 원하는 시대에서 걸그룹들도 빈틈 없는 무대를 만들어 왔다. 동시에 반발작용 역시 강해지면서 병맛(인터넷 유행어로 어떤 대상이 맥락 없고 형편없다는 뜻의 신조어) 코드가 가요계를 강타했다”고 전제한 뒤 “선정성에 예민해진 가요계에서 오렌지캬라멜은 귀엽고 엉뚱한 콘셉트를 추구함과 더불어 기존 애프터스쿨이 가지는 여성스러움과 요염미를 적절히 배분해 논란을 피해 갔다”고 판단했다.
“‘까탈레나’ 노래 자체에 새로운 요소가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지난 음반과 마찬가지로 ‘까탈레나’에서도 색깔이 명확하게드러난다. 확실한 정체성을 가진 몇 안 되는 걸그룹”이라고 평가했다.
성우진 평론가는 “음악보다는 콘셉트 위주”라며 “현재 한국 가요계는 클래식, 재즈, CM송, 개그송 등을 구별하지 않고 듣기에 편안한 노래를 추구한다. ‘재미있으면 그만’이라는 대중문화의 선택기준이 작용한 셈”이라고 밝혔다.
“해당 관점에서 오렌지캬라멜은 걸그룹이 피해 왔던 코믹과 엉뚱함을 선택해 사랑 받았다”며 “신곡 ‘까탈레라’ 역시 앞서 보여줬던 이미지를 고수하면서 초밥 등 괴기한 이미지를 엮어 눈에 띄도록 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처음부터 음악보다는 콘셉트에 치우친 그룹인만큼 신곡을 음악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음악적 평가를 피했다.
강한 존재감은 다시 한 번 과시했으나 음악적 성장 면에서는 물음표를 던진다는 게 전반적 평을 이루는 가운데 KBS가 초밥으로 분한 멤버들의 모습이 인명경시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방송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SBS와 MBC는 전체관람가로 심의했다. 소속사 플레디스는 해당 문제 장면을 삭제하고 재심을 신청했으나 변동된 사항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