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 "지난해 안전진단 신청 소식이 전해진 이후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등의 호재가 이어지면서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값)가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안전진단 통과 후 재건축사업이 본격화될 경우 어느 정도 매수세로 이어질지가 최대 관심이다." (서울 압구정지구 내 A중개업소 대표)
올해 가장 굵직한 재건축사업지구로 손꼽히는 서울 압구정지구 일대 아파트의 시세가 지난해 5월 23개 단지에 대한 안전진단 신청을 계기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신현대아파트 117.26㎡(이하 전용면적 기준)의 경우 지난 1월 12억8000만원에 거래됐던 것이 현재는 14억원 이하로는 매물을 찾기 힘들다.
압구정 지구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최근 상승세를 타고는 있지만 상승폭 면에서는 다른 지역에 비해 미미한 상황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압구정지구 재건축아파트의 가구당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달 말 기준 15억1543만원으로 전년 동월(14억9717만원)보다 1817만원(1.2%) 올랐다.
같은 기간 강남 3구 재건축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9억5157만원에서 9억8406만원으로 3.4% 올랐다. 압구정지구 재건축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지만 가격 상승폭은 다른 강남 재건축지역에 못 미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양치기 소년' 효과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지난 2006년 통합 재건축을 추진한 이후 대책이 바뀔 때마다 번번이 재건축이 지연돼 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A중개업소 대표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압구정지구 재건축 이야기는 20여년 전부터 나왔다"며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등 재건축 호재가 잇따라 나오고 있지만 거래량이 눈에 띄게 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안전진단 통과 후 재건축 일정이 진척되면 대기 수요가 얼마나 매수세에 가담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발표 후 재건축시장의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는 점도 변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첫주 서울 재건축아파트는 0.57% 올랐지만 전주(0.69%)보다 상승폭이 줄었다.
정부가 초과이익 환수 폐지를 발표한 이후 5000만~80000만원 정도 가격이 뛰고 추격매수도 따라 붙던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는 임대차 대책이 나온 뒤 거래가 끊겼다.
잠실 B중개업소 관계자는 "1~2월 30건, 3월 3~4일에도 3건이 거래됐는데 정부의 임대차 대책이 나온 이후 보합세를 보이면서 거래가 되지 않고 있다"며 "시장이 살아나는 분위기였는데 정부가 시장 흐름에 역행하는 정책을 내놓아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압구정지구의 안전진단 통과로 재건축사업 추진이 본격화됨에 따라 강남 재건축지구를 중심으로 일시 소강상태인 주택시장의 상승세를 다시 끌어올릴 최대 호재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이를 위해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우선 정비계획 수립 비용부담 문제를 둘러싼 서울시와 강남구 간의 갈등이 해소돼야 한다. 시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강남구나 주민이 자기 비용으로 정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강남구는 서울시 아파트개발기본계획 수립에 관한 조례에 근거해 시가 정비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비계획 수립 비용은 총 8억4000만원으로 서울시는 이의 절반인 4억2000만원의 예산을 책정한 상태다.
이에 대해 강남구 관계자는 "서울시와 협의해 조만간 합의점을 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압구정 재건축단지는 투자자보다는 거주자들이 대상이고 다른 곳보다 금액이 크기 때문에 몇억원만 투자해서 구입할 수 있는 강남 재건축 단지와는 달라 가격이 늦게 움직인다"며 "재건축 속도가 다소 더디지만 일단 탄력을 받으면 일대 재건축 시세를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