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권경렬 기자 =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26일과 이달 5일 발표한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방안 및 보완조치에 대해 전문가들은 과세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임대차시장의 양성화라는 방향성은 맞지만 급격한 과세 방침은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6일 오후 국토연구원이 주최한 '주택임대차시장 진단과 정책효과 전문가 세미나 토론회'에서 "이번 임대차시장 대책은 임대주택 활성화와 임대시장 양성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의미"라며 "그동안 지하경제로 움직였던 임대시장을 과세를 통해 양성화·활성화한다는 것은 단기적으로 상충되는 목표"라고 꼬집었다.
이용만 한성대 교수는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려는 임대인을 당분간 전세에 머물도록 속도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며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방침은 유지하면서 현재의 임대차시장에서 소득세를 낼 수 있는 부분을 줄여주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교수는 "영세 임대사업자도 개인이 아닌 사업자로 인정해주고 준조세나 세금, 각종 공과금 등을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면 연간 임대소득 2000만원 이하에 대해 특별히 비과세하지 않아도 자연히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비과세가 될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과세 원칙은 유지하면서도 영세 임대사업자에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도입한 매입임대 및 준공공임대에 대한 추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교수는 "준공공임대는 임대료와 임대기간 등 규제를 받는 대신 과세 부분에서 보상을 해주는 것인데, 조세지원을 통해 수익률을 더 높이는 방법도 있지만 규제 수준을 낮춰 불확실성을 낮추는 것도 필요하다"며 "현행 징역 또는 과태료로 돼 있는 준공공임대 중도해제 벌칙에 대해서도 그동안 혜택받은 조세지원 이득을 반환하도록 하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고령화사회에 대비해 임대소득뿐만 아니라 모든 '패시브 인컴'에 대한 체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패시브 인컴은 사람이 일을 해서 돈을 버는 '액티브 인컴'과는 달리 돈과 시스템이 부를 창출하는 방식이다.
김현아 연구실장은 "고령자의 패시브 인컴에 대한 욕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액티브 인컴을 젊은 층에 양보하고 장년·노년층에는 패시브 인컴 획득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노후대책으로 임대사업에 관심이 쏠리는 환경을 정부가 적극 활용해서 임대산업으로 성장시키는 데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