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선 의원 "한ㆍ호주 FTA, 철도민영화 방침 노골화"

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 정부가 한·호주 자유무역협정(FTA)에서 2005년 6월 30일 이전에 건설된 철도노선에 대한 한국철도공사의 철도사업 전담권을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박주선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받은 '한·호주 FTA 철도운송서비스 개방현황'에 따르면 “한국 국민이 설립한 한국 국적의 법인만이 2005년 6월 30일 이전에 건설된 철도 노선의 철도 운송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반면, 2012년 3월 발효된 한미 FTA와 지난해 2월 21일 정식서명 이후 국회 비준동의를 앞두고 있는 한·콜롬비아 FTA에서는 “한국철도공사만이 2005년 6월 30일 이전에 건설된 철도노선의 철도운송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한EU FTA에서는 현재 운영중인 노선은 개방하지 않았으며, 신규 노선에만 경제적 수요심사를 거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그간 철도공사가 운영을 전담했던 기존 노선을 국내 민간기업에도 개방하는 ‘철도민영화’를 공식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미 FTA의 ‘한국철도공사’가 한ㆍ호주 FTA에서는 ‘한국 국적의 법인’으로 바뀐데 따른 해석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이처럼 철도공사의 독점사업권이 삭제된 이유에 대해 “FTA에 특정기업 이름을 명시하는 것은 통상적인 국제관례에 맞지 않아서 문구를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미 FTA 등 기존의 여러 FTA를 포함해 한호주 FTA에서도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전력공사 등 특정 공사의 이름은 물론, KT나 SK텔레콤과 같은 사기업이 명시돼 있어 설득력이 없다고 박 의원은 지적했다.

박 의원은 “박근혜 정부는 ‘철도민영화를 하지 않겠다’고 수차례 얘기했지만, 한ㆍ호주 FTA 협정문을 보면 정부의 거짓말이 명백히 드러난다”면서 “정부가 철도 노선을 민영화하겠다는 방침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미FTA 등 그간의 FTA 협정에서 2005년 6월 30일 이전에 건설된 철도노선에 대한 철도공사의 독점운영권을 보장한 것은 국가기간산업인 철도산업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장치”라면서 “한호주 FTA에서 굳이 철도공사의 독점운영권을 삭제할 필요가 없으므로, 기존 FTA의 문구를 그대로 유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