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창업은 자신을 위한 퇴로를 남겨두지 않고 배수진을 쳐야만 1등을 할 수 있다.”
한때 중국 창업 기업인들 사이에서 ‘성경’으로 회자됐던 중국 외식업계 대모인 장란(張蘭) 차오장난(俏江南 사우스뷰티) 그룹 창업자의 어록이다. 그러나 장란 여사도 결국 잇단 악재로 10여년간 이끌어온 차오장난 그룹을 매각할 처지에 놓였다.
중국 경제주간지 차이징톈샤(財經天下) 최신호 보도에 따르면 최근 상무부의 한 문건을 통해 차오장난이 한 사모펀드 업체에 매각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상무부가 발표한 문건에는 CVC 캐피털 파트너스(이하 CVC)가 차오장난 지분을 매입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던 것.
사실 차오장난의 매각설은 지난 해 10월부터 흘러나왔다. 당시에는 CVC가 차오장난의 지분 69%를 매입한 후 장란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지분율이 31%로 떨어져 회사 경영권 방어에 실패했다는 시나리오가 돌았다. 그러나 당시 장란 여사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매각설을 부인했다.
그러나 4개월만에 매각설은 사실화되는 듯 하다. 최근 장란 회장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거래는 그저 인수의향에 불과하며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니다”고 인정했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CVC의 차오장난 인수 협상은 깊이 있게 진행 중이며 이미 중국 금융당국에 인수합병과 관련된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즉, 차오장난의 매각은 사실이며 단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차오장난이 이처럼 사면초가에 놓이게 된 것은 무리한 사업확장에 따른 자금난 때문이다. 차오장난은 사업 확장에 따른 자금압력으로 2009년 외부에서 투자자를 영입했다. 중국 유명 창업투자사인 딩후이(鼎晖)다. 당시 딩후이는 차오장난에 2억 위안을 투자해 10.526%의 지분을 받아냈다.
그러나 딩후이로부터 투자를 받아낸 이후 장란 회장은 상장 압력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2011년 3월 차오장난은 비준 작업을 마치고 중국 증권관리감독위원회에 상장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거절당했다. 당시 증감회에서는 차스닥 상장을 엄격히 규제하는 시기였고 외식업계의 증시 상장을 허락하지 않는 분위기 속에 결국 상장은 물거품으로 돌아간 것이다.
차오장난의 상장 실패 이후 딩후이와의 모순은 깊어졌고 결국 장란 회장은 공개석상에서 "딩후이를 영입한 것은 차오장난 최대의 실수"라고 언급했을 정도다.
여기에 중국 시진핑 새지도부 출범 후 호화 사치 억제 분위기 속에서 고급 외식업체 차오장난의 상장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장란 회장이 중국 국적을 포기하고 외국행을 택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여론도 악화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란 회장은 결국 회사 매각이라는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지난 2000년 장란 회장이 설립한 차오장난은 중국 최대 외식업체는 아니지만 브랜드 지명도로 따지면 업계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차오장난 창업주인 장란 여사의 아들이자 현재 그룹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왕샤오페이(汪小菲)는 대만 인기 연예인 쉬시위안(徐熙媛 서희원)과 2012년 결혼하며 차오장난은 더욱 유명세를 떨쳤다.
중국 베이징ㆍ상하이ㆍ선전 등 주요 도시에 50여개 체인점을 보유하고 있는 차오장난은 고급 퓨전 쓰촨요리 전문점으로 유명하다. 특히 맵고 향신료 맛이 강한 사천요리를 좀 더 대중적으로 개발해서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에게 인기가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