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정우 기자 = 미국의 추가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으로 신흥국 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에 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상황을 보이고 있다. 역외 시장 의존도가 큰 만큼 이른바 '외풍'에 쉽게 흔들렸던 우리 경제가 점차 견고하게 거듭나는 모습이다.
10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국내 외화자금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1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추가 테이퍼링 확정 이후 하락했던 국내 증시는 지난 6일 들어 다시 1900선을 회복한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080원대로 급등했던 환율 역시 지난 5일을 기점으로 다시 1070원대로 떨어지며 FOMC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등 이른바 '취약 5개국(Fragile 5)'의 흔들리는 금융시장과는 대조적이다.
이는 경상수지 흑자, 외환보유액 증가 등 우리 경제의 견실한 펀더멘털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과거 우리나라의 경우 경상수지 적자(1997년 IMF)와 외화 유동성(2008년 금융위기) 문제로 위기에 봉착했지만 지금은 다르다는 얘기다.
현재 우리나라는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는 707억3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한 2012년의 480억8000만 달러보다 226억9000만 달러(47.2%) 늘었다.
외환보유액 역시 1년간 3270억 달러에서 3450억 달러로 7개월 연속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며 세계 7위 수준으로 올라섰다. 재정 건전성도 개선됐다. 총 외채는 2012년 말 4094억 달러에서 지난해 말 4110억 달러로 다소 늘었지만 단기외채 비중이 31.1%에서 27.1%로 줄었다.
전문가들 역시 신흥국의 금융위기가 우리 경제에 위기로 작용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병순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신흥국들을 보면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거나 정치적 불안이 큰 경우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두 경우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이미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폭이 커서 신흥국 위기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아직 신흥국의 위기 정도가 미미하기 때문에 우리 경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의 수출이 위기를 겪는 몇몇 신흥국을 위주로 다소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신흥국의 위기 상황이 점차 커지게 될 경우 우리 수출이 더 줄어들 수도 있어 문제"라고 덧붙였다.
정부 역시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등을 배경으로 신흥국들의 대내 취약요인이 단기적으로 해결이 쉽지 않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여기에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 중국 경기둔화 우려 등 지역별로 산재돼 있는 리스크 요인들이 맞물려 글로벌 시장 변동성이 심화될 경우엔 우리 경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금융위, 한은, 금감원, 국제금융센터 등 관계기관 간 시장동향 관련 정보교환 및 인식 공유 등을 보다 강화해 시장불안 조짐이 발생할 경우에는 관계기관 간 유기적인 협조하에 신속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